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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쓸쓸한 이승만 생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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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26 20:58:00 수정 : 2015-03-26 20: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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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무시·외면, 사실상 역사 부정… 싱가포르·중과 비교돼
건국과 새 질서 만든 공로 제 대접해야
줄리어스 시저가 있기에 로마역사가 있었다. 그는 로마제국의 경계선을 확정하고 지중해를 내해로 만들었다. 오늘의 유럽을 만든 이도 그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대영제국의 역사는 기원전 55년 8월26일에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날은 시저가 영국에 상륙한 날이다. 업적도 많지만 그 역시 흠결이 적지 않다. 공화정 체제를 무너뜨리고 왕이 되려 했다. 그 이유로 기원전 44년 3월15일, 브루투스 등 14명의 원로원 의원들이 그를 23군데나 칼로 찔러 암살한 뒤 “자유는 회복됐다!”, “ 폭군은 죽었다!”고 외쳤다. 돌아온 민중의 답은 “애비 죽인 놈들!”이었다.

민중에겐 민주주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새 질서를 만드는, 신념의 지도자가 더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국민적 요구가 로마시대의 낡은 유물에 불과한 것인가.

백영철 논설위원
그렇지 않다. 지난 21일 삶을 마감한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가 웅변한다. 그에 대한 국민적 추모 열기가 뜨겁다. 가난한 항구 도시를 1인당 국내총생산(GDP) 8위 국가로 만들고, 금융산업을 뉴욕 런던 도쿄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로 키웠으며, 국가청렴도를 세계 최상위권으로 올려놓았으니 그런 대접 받을 만하다. 이 아시아의 거인 역시 그림자가 짙다. 31년 동안 철권통치도 모자라 권력을 세습했다. 아들, 딸, 며느리가 정·재계를 주무르고 있다. 껌 씹는 것 등 시시콜콜한 시민생활까지 개입해 ‘유모국가’라는 비판마저 듣는다.

그래도 국민들은 리콴유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리콴유가 없었다면 오늘의 싱가포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국민들은 그를 ‘효율적, 비감성적, 청렴한, 독창적, 앞을 내다볼 줄 아는, 그리고 실용적 인물’로 기억한다고 신문이 보도했다. 싱가포르 국내 언론이 아니다. 미국 뉴욕타임스 부고 기사가 그렇다.

중국의 국부 마오쩌둥은 중대한 실책을 두 번이나 저질렀다. 사회주의 대약진운동은 수천만 명의 인민이 굶어죽으면서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어린 학생을 동원해 일으킨 문화혁명은 경제를 더욱 무너뜨리고 중국을 최소한 십 년은 후퇴시켰다. 그럼에도 천안문 광장엔 그의 대형 초상화가 여전히 걸려 있다. 중국 지폐에는 오직 그의 얼굴만 나온다.

마오쩌둥이 중국 역사의 중심으로 살아 있는 이유는 간명하다. “공이 7이고 과가 3”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설계자 덩샤오핑이 그랬다. 과거의 뼈아픈 역사라도 부정하지 않는 덩샤오핑 같은 지도자의 통찰력이 부럽다.

싱가포르, 중국과 다른 곳이 있다. 한국이다. 이승만은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이다. 90 평생을 조국의 독립과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하는 데 바친 그다. 그가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이 존재할지 의문이다. 일제서 해방 뒤 70년이 흐르면서 남과 북의 체제 대결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그의 판단이 옳았다. 이 전 대통령의 비감성적이고 선견지명이 있는 지도력 덕이다. 초대 대통령으로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건국이념으로 삼아 대한민국의 틀을 잡으며 새 질서를 열고, 공산주의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것은 크게 평가할 대목이다.

그 역시 잘못이 많다. 학생시위로 쫓겨나고 독재자로 낙인 찍힌 것은 실책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건국 대통령의 공(功)이 과(過)보다 작다고 할 수 없다. 차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야당 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공7 과3”이라고 평가했다. “과거를 부정만 하면 역사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말까지 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이 말은 건국 대통령인 이 전 대통령에게도 적용돼야 공정하다.

그런데도 이승만 기념관 하나 없다. 교과서는 독재자라고 비난한다. 어제는 이승만 대통령 탄생 140주년이었다. 생일상은 기념사업회 차원에서 차렸을 뿐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야 정당 지도자 어느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이러니 국민도 외면하고 무시한다. 이야말로 과거 부정, 역사 부정이 아닌가.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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