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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사랑이 이뤄지는 마법의 침실

입력 : 2015-03-28 02:09:04 수정 : 2015-03-28 0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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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표현주의의 거장 로스코 평전
색채들의 관계 통해 관람객과 소통
평생 표현성 소통성 동시 구현 꿈꿔
러시아계 유대인이라는 숙명적 고난
고향 학창시절과 화가의 삶 조명
위대한 작품 탄생의 배경-근원
강신주, 코바나컨텐츠 지음/민음사/5만원
마크 로스코 Mark Rothko Works/Text - 당신은 로스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강신주, 코바나컨텐츠 지음/민음사/5만원


마크 로스코 -슬픔과 절망의 세상을 숭고한 추상으로 물들이다/저자 아니 코엔 솔랄 /출판사 다빈치/2만원

강신주는 철학 대중화에 힘썼다. 철학이라면 지레 겁부터 냈던 독자에게 다가갔다. 난해하고 골치 아픈 철학을 쉬운 글로 풀어 독자에게 파고들었다. 강신주가 이번에는 ‘마크 로스코’(1903∼1970) 평전을 냈다. 로스코는 추상 표현주의의 거장이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추상 표현주의는 현대 미술의 주류다. 한국인 강신주와 유대인 마크 로스코는 닮은 면이 있다. 둘 다 가난했고 젊은 시절 방황했다. 곤궁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하게 공부해 자신만의 경지를 개척했다. 강신주가 로스코 작품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밝힌 것을 보면 자신과 닮은 인생에 공감한 때문일 것이다. 도록과 평전 등 2권의 책에서 강신주는 로스코의 예술 세계를 탐색한다.

추상 표현주의는 화가의 내면세계를 구현하려 한다. 그래서 누구나 어려워한다. 화가 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을 듯한 작품들, 심지어 화가 자신조차 무엇을 의도했는지 모를 작품들이 만들어진다. 이런 그림들을 화가들이 혼자만 보지 않고 전시회를 개최해 타인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면 정말로 아이러니 아닌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철저히 표현했기에 타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만들어 놓고 그걸 전시하는 화가나 시간과 돈을 투자해 그런 곤혹스러운 작품들을 보느라 진땀 빼는 관람객들이나 말이다.

마크 로스코가 1944년 뉴욕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작업 중 찍은 흑백사진.
민음사 제공
추상 표현주의는 화가의 내면세계를 그림이라는 매개로 내보이는 기법이다. 감상하는 사람과의 소통은 발견할 수 없다. 강신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통 가능성을 막고 표현성만을 극단으로 추구하는 순간, 화가의 그림은 좀체 알아들을 수 없는 갓난아기의 절규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표현성과 소통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그림은 불가능할까. 이런 난제를 평생의 과업으로 기꺼이 껴안은 예술가가 바로 마크 로스코다.”

강신주는 “로스코는 화가의 내면세계가 관람객의 내면과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면서 “마침내 그는 그것이 색채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색채들의 관계 혹은 색채들이 펼치는 드라마를 통해 화가의 감정과 관람객의 감정은 서로 소통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로스코의 그림이 지닌 힘”이라고 했다.

“색채들의 드라마 즉, 그림을 통해 소통하게 된다는 건 로스코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자와 여자가 침실에 들어가 사랑을 나누는 것과 같다’. 그러니 그림은 사랑이 이뤄지는 일종의 근사한 마법의 침실인 셈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로스코의 탁월한 예술론에 감탄하게 된다.” 드뷔시가 회화적 음악을 시도했다면, 로스코는 음악적 회화 혹은, 드라마로서의 회화를 꿈꿨다. 타인의 내면을 사무치게 적시는 음악처럼, 타인들이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드라마처럼, 로스코는 색채로 음악적이고 드라마적 효과를 만들어내려 했다. 로스코는 이런 이유로 관람객과의 소통을 중시했다. 아마도 미국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러시아계 유대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숙명적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2013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나온 마크 로스코의 1957년 작품 ‘넘버 11’
민음사 제공
뉴욕에서 로스코의 그림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후원자들이 줄을 이었다. 강신주는 “로스코의 자살마저도 그의 투철한 예술 정신에서 비롯됐다”면서 “권력, 자본, 건강이 자살의 이유는 될 수 없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그림들이 점점 더 비극적인 것에 멀어지는 불길한 예감 때문에 자신의 그림들에 더 이상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자살을 선택했다”고 결론 내렸다.
저자 아니 코엔 솔랄 /출판사 다빈치/2만원

로스코는 1903년 러시아 드빈스크(현재 라트비아 다우가프필스)에서 태어나 1913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갔다. 로스코는 시그램 빌딩, 하버드대학교, 로스코채플 벽화를 차례로 수주하는 등 개인적인 성공을 이루며 추상 표현주의의 거장으로 우뚝 선다. 그러나 현대 문명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자신의 작업실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최근 도서출판사 다빈치에서도 신간 ‘마크 로스코-슬픔과 절망의 세상을 숭고한 추상으로 물들이다’를 냈다. 프랑스 역사가 코엔 솔랄이 썼다.

책은 색채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로스코의 작품의 근원을 추적한다. 낯선 땅에서 살다간 유대인 이민자로서 치열한 예술세계를 구현한 로스코의 삶이 위대한 작품을 낳게 한 근원이라고 했다.

책은 그의 고향에서 출발해 학창시절을 보낸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예일대, 화가로서 삶이 시작된 뉴욕 등 로스코가 이동한 공간을 따라가며 삶의 궤적을 쫓는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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