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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IB 지분 확보 경쟁…국제금융패권 각축장 되나

입력 : 2015-03-27 18:50:21 수정 : 2015-03-31 14: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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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도 참여 여부 '저울질'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우리나라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결정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국제금융패권의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7일 AIIB 가입을 공식 발표하면서 “향후 지분율 구성에서 국익이 반영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지분확보 경쟁에 본격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AIIB 출범을 마뜩잖아하던 미국과 일본도 중국 독주를 막기 위해 가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IIB가 주 타깃으로 하는 아시아 지역 인프라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된다. 오는 2020년까지 인프라투자수요가 매년 73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올 연말 출범 때까지 AIIB 지분 획득과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각국 간 경쟁이 격렬해질 듯하다. AIIB는 날로 커지고 있는 중국 경제의 파워를 상징하는 기구라 할 만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을 양대 축으로 한 미국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셈이다.

◆불붙는 지분 경쟁


현재 AIIB에 참여를 밝힌 36개국은 지분율 산정 방식을 놓고 협상 중이다. 가장 중요한 지분 배정 기준은 경제력 즉, 국내총생산(GDP)이다. 각국의 통화단위로 산출된 GDP를 단순히 달러로 환산해 비교할지, 아니면 각국의 물가수준을 함께 반영한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GDP로 할지도 논의 대상이다. PPP 기준 GDP는 생필품 가격이 싼 저개발 국가의 GDP가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기여금이나 아시아 역내국·역외국 배정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도 지분율이 달라진다. 예컨대 역내 지분을 80%로 하면 이 범위에서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지분을 나눈다. 나머지 20%는 영국, 독일 등이 배분한다. 역내 지분이 높을수록 우리나라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협상 과정에서 각자 지분율이 정해지면 이에 맞게 AIIB에 자본금을 납입한다.

현재 중국은 AIIB의 최대 발행자금 1000억달러 중 500억달러를 출자해 지분율 50%를 보유한다는 구상이지만 각국의 동의를 얻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송인창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중국의 지분율이 5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AIIB 참가국이 적을 때의 얘기다. 현재 36개국인데 추가로 늘면 중국의 지분율은 50%보다 한참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AIIB의 중국의 지분에 대해 “(단순 계산하면) 한 30%대 중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AIIB 지분율에 대해선 “GDP 규모를 갖고 계산해 보면 5% 전후나 5%를 조금 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며 “(호주가 참여할 경우) 역내에서 4위(중국·인도·호주·한국 순) 정도 된다”고 추정했다. 지분율은 투표권과 같다. 많은 지분을 확보한 국가는 AIIB의 정책결정이나 투자승인 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리 정부가 경제적 위상에 맞는 지분율을 확보하면 국내 기업들은 통신·에너지·교통 등 AIIB 인프라 건설사업을 많이 수주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AIIB가 다른 은행과 협조융자를 할 때 국내 은행이 참여할 수 있다.

◆최대 복병, 미국의 합류 가능성


주목할 대목은 미국이 AIIB에 합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송 국장은 이날 “AIIB와 관련해 미국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가입을 전제로 바깥에서 중국에 목소리를 내야 협상력이 생긴다는 것”이라며 미국의 AIIB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미국은 외부에서 목소리를 내는 전략으로 AIIB 운영개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초기에 AIIB의 경우 투자 사업 승인 주체가 이사회보다는 사무국 경영진 위주로 얘기가 돼 오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데 미국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이사회 권한으로 변경됐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WB나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기존 다자개발은행(MDB)의 아시아에 대한 투자기금 공급이 수요에 크게 못 미쳐 AIIB가 필요하다는 ‘경제 논리’를 편다. 하지만 미국은 AIIB가 중국의 세계전략을 뒷받침하는 ‘정치적’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에 따라 미국이 적절한 시기에 중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AIIB 참여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청중 기자,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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