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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법질서 선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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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29 20:51:23 수정 : 2015-03-29 23: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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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線)은 궤도 안팎에서 교차되고 진화한다. 길고, 짧고, 두껍고, 가늘고, 또한 곡선, 직선, 버거운 선, 인상을 갖고 있는 선까지 그 수를 셀 수 없다. 생리적 욕구, 자신감, 속도의 배분과 같은 요소에 따라 면 위에 일상의 선이 표출된다. 이처럼 선은 보통 이것과 저것을 구별짓는 경계나 기준의 의미를 지니고 누군가가 침범하지 않을 것이란 신뢰를 내포하고 있다. 선에는 공동체 구성원 간 신뢰가 투영되고 형상화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이 선은 쉽게 바꾸거나 어길 수 없는 철칙을 포용한다.

‘교통 안전선’은 정지선, 중앙선 등 교통 규범과 관련된 선을 의미하며, ‘질서 유지선’은 집회시위 현장이나 다중운집 행사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폴리스라인(police line)을 뜻한다. ‘배려 양보선’은 공동체의 배려·양보·절제·포용 등 미덕을 상징하는 무형의 선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학관 서울 강남경찰서장
무릇 현대 사회는 다양한 갈등 요소가 표출·심화되고 있어 시민들의 일상속 안전이 위협받고 있으며 공동체 내 신뢰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예컨대 주차시비, 층간소음을 비롯해 이념·세대·계층·노사 간 갈등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우리 경찰은 여성·장애인·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 및 범죄피해자 보호와 지원 강구는 물론 소방차·119구급차 길 터주기와 각종 재난 시 안전통제·관리에 대한 민·관 융합을 강구하고 있다. 또한 배려·양보하는 문화를 만들어 범죄와 무질서를 유발하는 갈등과 무관심 현상을 해소하고 신뢰 기반 사회로 발전해 나갈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국가 위상에 비해 뒤떨어진 교통문화로 수많은 인명피해와 천문학적인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인구 10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10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 회원국 중 30위(2011년 기준), 서울의 교통혼잡비용은 8조8000억원(2013년 기준)에 이른다.

반면 미국 경찰은 철저히 ‘선’으로 집회를 관리한다. 경찰은 우선 후면에 배치되고, 집회 개최인이 중심이 돼 집회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되 주최 측이 질서 유지선을 넘었을 때 즉각 제지하고 현장 체포에 들어간다. 미국 경찰은 2013년 10월 8일 도로점거 후 농성에 들어간 22선의 찰스 랭글 등 연방의원 8명에 대해 수갑을 채워 연행했고, 2011년 4월 11일 불법집회 및 도로점거 혐의로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DC 시장을 체포·구금한 사례마저 있다.

경찰 행정은 헌법과 법규를 토대로 이뤄지는 만큼 각종 규제 개혁도 감성을 고려한 법집행이 중요하다. 경찰정책이 국민의 공감을 받으려면 경찰 자신부터 낡은 규제와 관습의 틀을 깨고 성실한 자세로 마음을 여는 소통을 펼쳐야 함은 물론이다. 신뢰는 규범만큼 강한 규제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세 번의 신뢰관계가 쌓이면 최고의 가치로서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우리 사회에 법질서 신뢰 무형의 선이 서로 조화를 이루는 날이 다가올 것으로 확신한다.

김학관 서울 강남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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