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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인공지능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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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29 20:58:39 수정 : 2015-03-29 23: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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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체스는 바둑과 마찬가지로 수읽기의 싸움이다. 변화를 읽고 유·불리를 재는 판단력에서 승부가 갈린다. 변화의 가짓수는 얼마나 될까. 무한대에 가깝다. 수학계 일각은 ‘10의 10승의 50승’이라 추정한다. 천문학적이다.

컴퓨터도 체스를 둔다. 체스 컴퓨터의 아버지는 현대 정보이론 창시자인 미국 MIT 수학자 클로드 섀넌이다. 1950년 논문에서 기초 알고리즘을 제시했다. 그는 체스 실력이 컴퓨터 지능을 검증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낙관파는 아니었다. 인간 고수를 꺾을 것으론 보지 않았다. 1986년부터 2005년까지 체스의 황제로 군림한 게리 카스파로프도 마찬가지였다. 88년 파리에선 이렇게 장담했다. “누구라도 컴퓨터와 대결하다가 궁지에 몰리면 기꺼이 훈수를 하겠습니다.”

그 장담은 성급했다. 카스파로프는 97년 ‘딥블루’와의 6번기에서 패퇴했다. 종합 전적은 1승 2패 3무. “체스 컴퓨터가 세계 챔피언을 이겼다”고 대서특필됐다. 그 승부는 지금도 인공지능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회자된다. 카스파로프는 뼈가 시릴 것이다. 97년에 진 것도, 88년에 공언한 것도.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회장 일론 머스크가 최근 “컴퓨터가 점점 지능화돼 인간을 애완견처럼 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20년 내 무인자동차가 보편화하고 사람의 운전이 금지될 것”이라고도 했다. 섬뜩하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란 먹구름 같은 경고니까. 머스크만인가. 비관론자는 널려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중국 보아오 포럼에 머스크와 함께 참석해 경계론을 폈다. 그는 1월에도 “인공지능 컴퓨팅 기술이 훗날 인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레 겁먹고 움츠러들거나 공격적으로 나설 까닭은 없다. 기계의 진화가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할 것이란 낙관론도 허다하니까. 또 설득력도 있으니까. 체스 게임이 어찌 진화하는지 이런 맥락에서 돌아볼 일이다. ‘프리 스타일’ 대회가 2005년 등장했다. 인간 고수와 체스 컴퓨터가 팀을 이뤄 수읽기를 겨루는 대회다. 인간 직관과 컴퓨터 연산능력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것이 새로운 대세다.

기우는 금물이다. 인간과 기계의 평화공존,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적어도 남북한 공존이나 노사 상생보다는 쉬울 것 같다. 정말 다급하게 걱정할 것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법이다.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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