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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K무브’ 민낯 보면서도 해외취업 독려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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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30 21:22:18 수정 : 2015-03-30 21: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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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해외 일자리 창출 사업이 겉돌고 있다고 한다. 지금껏 거둔 실적은 보잘것없고, 앞으로 개선될 것이란 희망도 없이 세금만 축내는 혐의가 짙은 것이다. 정부가 2013년 하반기부터 ‘K무브’로 브랜드화해 통합 관리하는 해외 취업 프로그램에 따라 일자리를 찾았던 젊은이들은 좌절과 실망만 겪다 귀국해 “정부가 실태나 아는지 모르겠다”고 화를 내고 불만을 털어놓기 일쑤다. 이런데도 해외취업을 독려할 일인지 의문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고 했다. 해외 취업 또한 고생길일 것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고생도 고생 나름이고, 해외 취업도 취업 나름이다. 세계일보 취재진이 정부 투입 예산과 실적을 따져 ‘해외취업의 허와 실’을 조명한 어제 기사를 보노라면 기가 차다 못해 실소가 나온다. ‘K무브’ 현황만 봐도 그렇다. 이 프로그램에는 지난해 1519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나 이에 힘입어 취업한 젊은이는 지난해 10월까지 1273명에 그쳤다. 해외취업자 기준으로 1인당 1억여원을 썼다는 황당한 계산이 나온다.

취업의 질도 열악하다. 취업처의 80% 이상이 국내 기업의 현지 법인이거나 재외 한인 기업이란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났다. ‘무늬만 해외 취업’이다. 현지인들도 기피하는 3D업종 위주라는 문제점도 있다. 대우 또한 한심한 수준이다. 지난해 1∼8월에 해외 취업한 젊은이들이 받는 1년 연봉은 평균 1988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의 4분의 3 수준이다. 취업자 10명 중 1명은 월 100만원도 못 받는다고 한다.

박근혜정부만 이런 사업에 혈세를 낭비하는 게 아니다. ‘맞춤형 취업지원대책’을 표방했던 참여정부, ‘글로벌 청년 리더 10만명 양성’ 계획을 발표했던 이명박정부도 줄곧 헛돈을 썼다. ‘해외 취업’ 깃발을 흔들면서 세금을 축내고 젊은이들을 고생길로 미는 게 역대 정부의 공통 질환인 셈이다. 청와대부터 경각심을 갖고 ‘빛 좋은 개살구’ 정책의 이면을 꿰뚫어보면서 획기적인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결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른 방향 감각이다. 설혹 ‘K무브’ 등의 프로그램이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해도 청년들의 등을 해외로 떠미는 것이 능사일 수는 없다. 질 좋은 일자리는 우선적으로 국내에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청년 일자리, 경제 활성화 등의 사회적 숙제가 순조롭게 풀린다.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 반기업 정서를 퍼뜨리고 불합리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질 좋은 일자리가 국내에서 나오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성이 요구된다. 규제 혁파도 급하고 노사관계 개혁 또한 불가피하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본 처방이 어디에 있는지 거듭 성찰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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