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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농간에 ‘엉터리 EWTS’ 두배 주고 사

입력 : 2015-03-31 19:41:01 수정 : 2015-03-31 22: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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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공을 지키기 위한 공군의 전자전훈련장비(EWTS) 도입 과정에서 무기중개 업체들이 부린 농간의 전모가 드러났다.

방위사업청은 터키 방산업체 하벨산사로부터 EWTS를 구매해 공군에 인도하는 과정에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탓에 500억원대 사기를 당했다. 1100억여원에 도입한 EWTS는 허술한 계약 탓에 고장이 나면 국내의 영세 업체에 수리를 의뢰해야 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31일 일광공영 이규태(66·사진)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과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예비역 공군준장 권모(60)씨와 일광공영 계열사 솔브레인 이사 조모(49)씨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합수단에 따르면 이 회장 등은 2009년 방사청과 하벨산사 간의 EWTS 납품 계약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비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방사청을 속여 EWTS 대금 9617만달러(약 1101억원)를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단은 이 가격이 원가보다 두 배가량 부풀려졌다는 판단 아래 이 회장 등이 500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하벨산사는 EWTS 제작 예산을 5120만달러 정도로 산정한 반면 방사청은 EWTS 도입 사업에 1억달러 이상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 사실을 파악한 이 회장 등은 가격을 부풀리기 위해 방사청과 교섭하는 자리에서 ‘연구개발비 증액’ 카드를 꺼내들었다. “4500만달러 정도만 추가로 들여 연구개발을 하면 EWTS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 일부를 국산화할 수 있다”는 그럴듯한 거짓말에 방사청은 별 의심 없이 속아 넘어갔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지난 26일 서울 도봉산 인근 야적장에서 찾아낸 컨테이너. 이규태(구속) 일광공영 회장은 이 컨테이너 안에 비밀 자료를 은닉했다.
계약 단계는 물론 납품 과정에서도 터무니없는 사기 행각이 벌어졌다. 이 회장 등은 원래 있는 기술을 그대로 EWTS에 탑재하면서 마치 여러 업체에 순차적으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발주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몄다. 기술 이전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일부 프로그램은 무단으로 복제하려다 실패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결국 불완전한 프로그램을 탑재한 EWTS가 방사청에 납품됐고, 방사청은 2012년 이를 공군에 인도했다.

EWTS가 공군에 의해 운용되기 시작한 직후 “북한의 공중 위협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합수단의 한 관계자는 “성능 미달의 프로그램 설치에 따라 (EWTS의) 각종 기능이 저하되고, 프로그램 간 충돌 등으로 향후 유지보수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전했다. 합수단은 이 회장의 EWTS 납품 사기 수사를 일단락짓고 최근 도봉산 컨테이너 박스에서 압수한 일광공영의 지난 10년치 무기 수출입 중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합수단은 이 회장 측이 챙긴 돈이 EWTS 납품거래 성사를 둘러싼 정·관계 로비 등에 사용됐는지를 추적 중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EWTS 수사는 이규태 방산비리 수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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