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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부물지부제(夫物之不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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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01 21:28:05 수정 : 2015-04-01 21: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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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사상이 한마디로 ‘인(仁)’을 중시한다면, 맹자는 올곧음, 곧 ‘의(義)’라고 할 수 있다. 맹자가 살았던 전국(戰國)시대는 철기가 확산되면서 생산력의 급격한 발달로 제후들 사이에 치열한 영토 쟁탈전이 벌어지던 전란의 시대였다. 그는 제후국을 주유하며 ‘너그러움의 정치’, 즉 ‘인정(仁政)’을 역설하면서도 폭군은 내쳐 버려도 좋다는 ‘폭군 방벌(放伐)’을 제시하기도 했다. 혁명적 민본주의다. 영토를 넓히려는 군주의 욕망보다 백성들의 삶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위민(爲民) 정치사상의 효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博鰲)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맹자가 말한 “천지에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夫物之不齊 物之情也)”라는 표현을 인용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서로 다른 문명 사이에 우열은 없다. 오직 특색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서로 다른 문명이 대화·교류하며 상대의 장점을 취하면서 인류 사회 발전과 세계평화를 추구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어짐과 올곧음이라는 인의(仁義)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 모두 한 형제자매요 사해동포이다. 물론 개인이나 국민 모두 처한 환경과 노력 여하 등에 따라 잘살고 못살 수는 있지만 인간의 기본가치는 차이가 날 수 없는 것이다. 맹자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장자도 ‘사람 간 차이는 있으나 차별은 하지 말아야 한다(有差無別)’며 “천지가 넓어 고루 생육하고 만물만사 많아도 하나로 다스려진다(天弘地廣化均隆 物衆人多治一通)”고 가르쳤다.

여하튼 시 주석의 발언은 중국의 급격한 부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계의 눈초리를 다분히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은 상대국에 역지사지 입장에서 겸손해야 한다. 동북공정, 서남공정 같은 패권주의적 자세는 버리길 바란다. 맹자는 강조했지 않은가. “힘에 의존하는 나라의 백성들은 잠시 환희에 차 있지만, 인의에 바탕한 나라의 백성은 밝고 화평하다(覇者之民 驩虞如也 王者之民 皞皞如也)!”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夫物之不齊 : ‘천지에 같은 것이 없다’는 내용으로 인간평등을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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