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설왕설래] 종교법정과 헌법재판소

관련이슈 설왕설래

입력 : 2015-04-01 21:34:12 수정 : 2015-04-01 21:49:4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만물의 중심에는 태양이 있다.” 이 같은 지동설을 주장하는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는 임종하기 직전인 1543년에 발표됐다.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씩 자전하고, 태양 주위를 1년에 한 번씩 공전하며, 지구축이 회전한다는 세 가지 이론이 담겼다. 파장은 크고 깊었다. 종교개혁가인 마르틴 루터마저 ‘하늘의 덮개가 아니라 지구가 회전한다고 주장하다니, 바보인가!”라고 공격했다.

코페르니쿠스가 19살 때인 1492년 여름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넜다. 가도 가도 육지가 보이지 않자 선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지구가 평평하다는데, 이렇게까지 먼바다에 나가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공포심은 컸지만 금화에 대한 욕망이 더 컸다. 끝내 그들은 4개월 만에 남미의 섬 산살바도르에 상륙할 수 있었다. 이어 1498년 바스코 다 가마는 인도양 항로를 발견했다.

지구가 사각형이 아니라는 것은 콜럼버스도, 바스코 다 가마도, 코페르니쿠스도 알았다. 이런데도 1609년 로마 카톨릭 교회의 종교법정은 “지구는 그래도 돈다”고 말하던 갈릴레이의 입을 봉쇄했다. 이어 7년 후엔 코페르니쿠스의 책을 금서에 포함시켰다. 갈릴레이는 1992년에야 복권됐다. 코페르니쿠스 조국인 폴란드는 죽은 지 거의 4세기 반이 지난 2010년에야 그의 장례식을 치르고 복권시켰다.

헌법재판소가 그제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대상에 포함한 것 등이 쟁점이다. 김영란법은 내년 9월28일 시행될 예정이다. 그때까지 헌재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국민의 기본권이 피해를 입지 않으니 그렇다고 한다. 더구나 180일 내 결정하라는 헌재법은 헌재 스스로 지키지 않고 있으니 죽은 법률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왜 각하하지 않았는지 미심쩍다. 발효된 뒤 헌법소원이 제기되면 그때부터 집중 평결해도 될 텐데 말이다.

부패방지법인 김영란법이 통과되자 유명 교수는 “따끈한 국물을 못 먹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국민의 70%는 변화의 쪽에 서 있지만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은 말만큼 쉽지 않다. 가진 게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그럴 터. 17세기 초 종교법정은 낡은 교리(이론)에 얽매여 기득권을 지키다 사회적 변화와 등졌다. ‘정의의 파수꾼’을 자임하는 헌재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 순간 종교법정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백영철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