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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칼럼] ‘김영란법’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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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05 21:45:12 수정 : 2015-04-05 22: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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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시비에 검찰공화국 우려 ‘시끌’
공직 윤리강령 강화 불법 봉쇄해야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공포되면서 박근혜정부의 초미의 관심사인 부정부패 척결에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그러나 앞날이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법률이 공표도 되기 전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위헌성을 들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출했는가 하면, 정의화 국회의장은 “법의 대상에서 언론인을 제외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경찰 또는 검찰국가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문제는 단순히 위헌성 등 법적 문제만이 아니다. 현재 공직자수는 166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언론종사자 9만명과 사립학교 교원 21만명을 더하면 약 200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공직자 배우자까지 더하면 적어도 300만명 이상이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 법의 집행을 수사와 기소에만 국한해도 경찰이나 검찰 인력을 엄청난 규모로 확대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렇게 되면 문자 그대로 경찰 또는 검찰국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이 법의 대상인 300만명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평소 관련된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력과 하부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하부구조 없이 법을 실시하게 되면 이른바 ‘재수없는 사람’만 걸리게 돼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 및 기소가 자의적이거나 편파적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러면 ‘김영란법’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답은 비슷한 법률을 시행하는 선진국가를 참고하면 된다. 그것은 바로 ‘김영란법’ 대상의 논쟁보다 공직자의 윤리강령을 강화시키는 일이다. 공직자의 윤리강령은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거리마다 교통경찰을 24시간 배치하는 대신 운전자의 교통질서 교육을 강화하는 것과 유사하다. 예컨대 선진국에서는 비위 공직자의 수사와 기소 이전에 공직자가 윤리의식을 잘 갖추게 함으로써 ‘김영란법’을 시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게 해 법에 위배되는 일을 최소화시킨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공직자가 윤리행정에 규정된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매우 잘 짜인 윤리행동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윤리행동규정은 공직자 선발 후 즉시 철저하게 교육과 훈련을 시킴으로써 마치 교통법규가 몸에 배듯 실천토록 한다. 물론 이미 윤리행동강령이 있으나 몇 쪽에 불과한 형식적인 내용이 아닌 매우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강령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조창현 (사)정부혁신연구원 이사장·전 중앙인사위원장
그러면서, 정부는 각 부(府)와 부처(部處)별로 윤리행동강령을 교육·감시하는 내부기구를 만들어 지금처럼 순환 보직이 아닌 윤리 전문직으로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 가령 미국 하원의 윤리행동강령은 200쪽이 넘는다. 그러다 보니 미국의 공직자들은 윤리행동강령을 읽기만 해도 감히 규정을 위반할 생각조차 갖지 않게 된다고 한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공직자의 인재 기준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특히 공직자 선발 시 단순히 지식평가에 의존하는 제도에서 탈피해 평소 품행에 대해 학생시절 은사나 전직 직속상관의 추천 내지 보증에 대한 의견서를 참고하는 등 행태를 중시해야 한다. 물론 과거에 공직자의 신원조회가 공직후보자의 사상이나 가정배경에 대한 조사로 이뤄져 연좌죄 등 위헌성 우려로 그 신뢰나 유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본인의 사상이나 가정배경이 아닌 당사자의 평소 품행에 대한 평가는 인재 선발에 매우 중요한 자질임을 인식할 때 확대 활용해 볼 만하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지식만능주의에 빠져 인간의 기본 품성인 정직성, 책임성, 성실성 등을 선발과정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소홀히 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지식이 뛰어난 인재보다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성품에 대한 평가를 보다 중시함으로써 부정부패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창현 (사)정부혁신연구원 이사장·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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