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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전쟁 패러다임 바꾸는 드론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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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07 20:52:27 수정 : 2015-04-07 20: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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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손실 없고 다목적 작전 ‘척척’… 국제법·윤리 논란은 숙제
지난 2월11일 오전, 짙은 안개와 운전자 부주의로 서울 방향 영종대교 상부 도로에서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 사고 현장 모습을 전하며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주인공은 무인기 ‘드론(drone)’이었다. 안개 때문에 앞을 볼 수 없는 현장을 드론이 담아낸 것이다. 드론은 최근 항공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미국 방위산업 컨설팅업체인 틸그룹은 2014년 52억달러(5조원 규모)이던 전 세계 드론 시장이 2020년 114억달러(12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드론이 감시·정찰과 정밀타격을 위한 군사용에서 시작해 재난 및 치안 현장은 물론 교통·물류 분야 등으로 영역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의 패러다임만 바꾼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드론의 성장만큼이나 드론의 활동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치열해질 조짐이다.


◆전쟁 양상 바꾼 드론


“동력을 갖추고 있지만 조종사 없이 자율비행과 원격조종이 가능하며, 폐기 또는 회수가 쉽고 살상 및 비살상 장비를 탑재할 수 있는 항공기를 무인기라고 지칭한다.”

미 국방부가 말하는 드론의 정의다.

드론이 최초 비행에 성공한 것은 1917년 미국에서다. 당시 개발된 무인기는 100㎏이 넘는 폭탄을 싣고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30년대 초반 영국은 처음으로 왕복 가능한 무인기 ‘퀸비(Queen Bee·여왕벌)’를 개발했다. 사실상 드론의 원조 격이다. 사격훈련 표적기 용도로 개발한 퀸비는 당시 400기 이상 제작됐다.

드론은 베트남전을 거치며 정찰용으로 바뀌었다. 64년부터 시작된 월남전에서 미 공군 전투기들이 월맹군의 SA-2 미사일 공격을 받아 치명타를 입게 되자 미군은 본격적으로 무인기(AQM-34)를 투입해 정찰 및 미사일 교란 활동을 펼쳤다.

코소보내전과 아프간전을 통해 그 효용성이 입증된 무인공격기 ‘프레데터’
정찰과 공격이 동시에 가능한 드론은 90년대에 만들어졌다. ‘코소보내전’ 당시 미국은 최초의 현대식 무인기인 ‘파이오니어’와 ‘헌터’, ‘프레데터’를 대거 투입, 전투의 흐름을 바꿨다. 이후 아프간전을 거치며 드론의 군사적 가치는 최고조로 상승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스캔 이글’ 같은 소형 무인기들도 등장했다. 손으로 던져 이륙시키는 이 무인기들은 야전에서 병사들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군사용으로 드론이 각광받는 이유는 기체가 적진에서 격추당해도 인명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데다 피격 전까지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본국에 전송해 정찰 및 폭격 등 각종 작전에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전장에 직접 투입되는 대신 모니터와 조이스틱이 설치된 공간에서 수천㎞ 떨어진 적을 살상하는 게이머 같은 군인이 점점 늘 수 있다는 얘기다.

드론은 성층권 높이에서 활동하는 ‘고고도 무인기’, 상공 13.7㎞를 나는 ‘중고도 무인기’, 지상에서 1.5㎞ 상공을 떠다니는 ‘초저고도 무인기’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고고도 무인기로는 20㎞ 상공에서 지상 30㎝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미국의 ‘글로벌호크’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8800억원을 들여 2019년까지 4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중고도는 초정밀 폭격이 가능한 ‘만티스’나 ‘프레데터 MQ-1’ 등이 있다. 지난해 백령도와 파주, 삼척에서 각각 발견된 북한 무인기처럼 상공 1.5∼2㎞ 정도를 비행하는 초저고도 무인기로는 미국의 휴대용 정찰기 ‘와스프3(WASPⅢ)’가 꼽힌다.

드론은 또 유인 항공기나 전투기에 비해 개발비와 단가가 낮다. 일례로 프레데터의 경우 대당 가격이 450만달러(약 47억원) 수준이다. 우리 군이 도입하는 차기전투기 ‘F-35A’가 1500억∼17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작전 투입에 드는 시간은 짧은 반면 체공 시간이 긴 장점도 있다. 약 3∼4시간 정도가 최대 체공가능 시간인 유인기에 비해 프레데터는 50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조종사 양성 비용도 저렴하다.

글로벌호크는 현존하는 최고의 무인정찰기로 꼽힌다. 작전반경이 3000㎞로 20㎞ 상공에서 30㎝ 크기의 물체까지 적외선 영상으로 탐지가 가능하다. 미 정부는 지난해 12월17일 한국에 글로벌호크 4대를 6억5740만달러(7247억원)에 판매하는 계약을 승인했다.
◆주권침해·윤리논란


드론은 양날의 검이다. 코소보내전과 아프간전을 거치며 세운 전공은 드론의 성과라고 부를 만하다. 그러나 오폭에 따른 민간인 희생과 공격 대상이 되는 국가의 주권 침해는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드론 오폭 등에 대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윤리적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와 국제앰네스티(AI)는 지난 2013년 10월 “지난 10년간 파키스탄에서 미국의 무인기 공격으로 3000여명이 사망했고, 이 중 900여명이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손으로 던져 이륙시키는 이 드론은 야전에서 정찰활동을 통해 병사들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
민간분야 활용 범위를 어디까지로 한정하느냐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2013년 12월 온라인마켓 아마존은 드론에 2.3㎏의 짐을 싣고 16㎞ 지점까지 물건을 나르는 ‘아마존 프라임 에어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피자업체 도미노는 드론으로 피자를 배달하는 시범 서비스에, 물류회사 DHL도 드론을 이용해 시범 배송에 각각 성공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지난 2월15일(현지시각) 상업용 드론의 기준을 마련하면서 배달 분야는 제외했다.

카메라를 장착한 소형 핼리캠 드론. 지상에서 1.5㎞ 상공을 떠다니는 ‘초저고도 무인기’로 분류된다.
상업용 드론 운행을 승인한 방송과 영화 촬영 등 분야에서도 FAA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고도는 400피트(121.9m) 이내이며 낮에 날릴 것, 비행기 운항면허가 있는 사람만 조종할 것, 드론이 조종자의 시야 안에 있어야 할 것 등이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가 법률로 제한하고 있는 내용이다.

다른 사람의 사생활 촬영 등 여러 불법행위를 우려해서다. 드론이 마약 운반 등 범죄에 악용된 경우도 있다.

지난해 북한 무인기 추락에 놀란 우리 정부도 무인기에 대한 신고절차를 강화하는 등 규제 수위를 높이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항공산업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김선영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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