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레시어터(SBT)가 올해 창단 20돌을 맞았다. 발레단을 만들고 키운 부부인 김인희 단장과 제임스 전 예술감독은 20주년이란 사실에 “말도 안 된다”고 되뇌었다. 함박웃음을 머금은 환한 표정이었다. 이 속에는 대견함, 뿌듯함과 함께 안타까움이 공존했다. 이들의 말대로 SBT가 20년간 지탱된 게 기적이기 때문이다.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오른쪽)과 제임스 전 예술감독은 “국내 무용계가 50년간 훌륭한 무용수를 키우는 데 집중해 성공했다”며 “이제는 무용단을 많이 만들어서 안무가, 지도자가 발굴돼야 건강한 무용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서울발레시어터 제공 |
20년 전 이들은 무용수로 황금기를 보내고 있었다. 김 단장은 1980년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로 유학했다. 한국에 와보니 화양시장에서 장사하던 부모님이 그의 학비를 대려 창문도 없는 무허가 집에서 살고 있었다. 바로 유니버설발레단 창단무용수로 일했다. 연습이 끝나면 저녁도 못 먹고 몇 분 만에 학원으로 달려갔다. 재미동포인 전 감독은 미국 줄리아드대를 졸업했다. 플로리다발레단에서 활동하던 그는 1987년 유니버설발레단에 객원으로 왔다가 김 단장을 만났다. 부부의 연을 맺은 이들은 1994년 나란히 국립발레단 주역이 됐다.
서울발레시어터 ‘레노스’ |
발레단은 주기적으로 고비를 맞았다. 그때마다 재산을 헐고, 여기저기 대출을 받았다. 그러고도 모자라 가끔 단원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예술 자체가 본질적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데, 시장 규모까지 작은 국내에서 민간발레단을 운영하려니 고생이 말도 못했다. 그럼에도 SBT는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왔다. 두 사람이 SBT를 만들면서 꾼 꿈은 두 가지다. 창작발레를 대중화하고, 우리가 만든 발레를 외국에 팔고 싶었다. 다른 발레단이 ‘백조의 호수’와 ‘지젤’에 주력할 때 이들은 록음악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모던 창작발레를 선보였다. 약 100편을 만들었다. 2001년 로열티를 받고 미국 발레단에 ‘생명의 선’을 판 것을 시작으로 여러 작품을 수출했다.
SBT는 20돌을 축하하려 올해 특별공연을 한다. 6월 5∼6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창작발레 ‘레이지’를 재공연하고, 8월6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한 여름 밤의 꿈’을 초연한다. 10월 1∼2일에는 국립극장에서 스위스 바젤발레단과 합작 공연 ‘무브스’를 올린다. 두 발레단은 올해 한국, 내년 스위스에서 번갈아 공연한다. 같은 달 22∼23일에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0주년 기념공연 ‘빙’(BEING)을 선보인다.
서울발레시어터 김인희 단장(오른쪽)과 제임스 전 예술감독은 “국내 무용계가 50년간 훌륭한 무용수를 키우는 데 집중해 성공했다”며 “이제는 무용단을 많이 만들어서 안무가, 지도자가 발굴돼야 건강한 무용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서울발레시어터 제공 |
“청년 취업률이 문제라는데, 단체가 있어야 취업이 되죠.”(전 감독)
“우리가 실질적으로 열매를 맺어줘야죠. 기대를 잔뜩 받고 물러서면 선배로서 말도 안 되는 거죠. 이런 문제가 많았는데 너희는 이런 해법을 얻을 수 있으라고 제시해야죠.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열심히 해야죠.”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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