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로 갑이 농협에서 대출을 받으며 농지에 저당권을 설정해 줬다. 갑이 대출금을 갚지 않자, 농협은 농지경매를 신청했다. 법원은 매각공고를 내면서 최고가매수신고인은 매각결정기일까지 농지취득자격증명을 제출하라는 매각조건을 달았다. 그리고 을이 최고가매수신고를 했는데 자신은 법에서 정한 자격요건을 충족하니 증명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을이 농지소재지 면사무소에 증명발급 신청을 했으나 면장은 ‘토지 중에서 불법으로 형질변경된 부분에 대한 복구가 필요하고, 현 상태에서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
을의 하소연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대법원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법령에 따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는 경매절차에서 법원이 증명발급 거부처분의 위법성을 세세히 따지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또 특별매각조건이 붙어 있었으니 매수희망자가 매각절차 참여 전에 증명발급이 가능한지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고가신고인이 될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미리 증명발급에 대해 문의하라는 것은 전형적인 관 중심적인 사고로 사법서비스와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대법원 결정에 따르면 고의적인 형질변경에 의한 매각방해를 막을 수 없다. 그러면 채권자인 농협이 피해를 입고, 이는 농협 부실화를 가져와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 제도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아무튼 현재는 농지경매의 경우 증명발급이 가능한지 확인하지 않은 채 보증금을 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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