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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난에… 남아공 ‘외국인 혐오증’ 고개

입력 : 2015-04-19 20:16:43 수정 : 2015-04-19 22: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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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간 소요 살인·약탈 빈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외국인 혐오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웃 나라 출신 흑인 이주자들이 주된 표적이다. 소득 불평등과 실업난에 대한 불만이 애꿎은 외국인들에게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방문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동부 항구도시인 더반의 채스워스 난민 캠프를 찾았다. 이 캠프에는 최근 3주간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소요 사태를 피해 온 이들이 머물고 있다.

주마 대통령은 이날 “외국인들에게 (남아공을) 떠나라고 말하는 남아공인은 극히 소수”라며 “폭력 사태를 끝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또 “외국인 이주자들은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치하했다.

더반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로 외국인 최소 6명이 숨지고 5000여명이 난민 캠프로 피신했다. 남아공인들은 이들을 마체테(날이 넓고 긴 칼)와 벽돌, 총으로 공격하는가 하면 외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들을 약탈하거나 불 질렀다. 18일에도 요하네스버그에서 폭력 사태가 이어져 30여명이 체포됐다.

남아공 최대 부족인 줄루족 왕 굿윌 즈웰리티니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그는 지난달 20일 외국인들을 자국민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머릿니에 비유하며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동조하는 남아공인들이 들고일어난 셈이다.

남아공에서 외국인 혐오 폭력 사태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에도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에서 62명이 숨졌다.

높은 실업률이 이번 사태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남아공 실업률은 25%에 달했다. 남아공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 이주자는 4∼10%(200만∼500만명)로 추산된다.

이를 두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아프리카 흑인들은 남아공 현지인들과 저임금 일자리를 놓고 경쟁한다”며 “이번 사태에서 백인이 표적이 되지 않은 이유”라고 분석했다.

고질적인 불평등도 한 원인이다. 2013년 남아공 지니계수는 0.63을 기록했다. BBC는 “대부분 공격은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에서 일어났다”며 “남아공에서는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가 철폐된 뒤에도 흑인과 백인 간 불평등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먹고살기 위해, 혹은 분쟁을 피해 남아공으로 간 아프리카 흑인들이 남아공인들의 이 같은 불만을 해소하는 먹잇감으로 전락한 형국이다.

짐바브웨 출신 이매뉴얼 망구이로(38)는 텔레그래프에 “일주일 전만 해도 맥주를 같이 마셨던 사람들이 우리를 죽이려 한다”며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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