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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아빠와 친해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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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19 21:13:48 수정 : 2015-04-19 21: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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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어떻게 친해져야 돼?”

오랜만에 만난 절친(여)이 물었다. 아버지는 최근 은퇴했고, 자신은 잠시 일을 쉬고 있어 둘만 집에 있는 날이 많은데 “어색해 죽겠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서른이 넘어서도 이런 고민을 하는 친구가 짠하기도, 대견하기도 하면서 계속 마음에 남았다.

성인이 되어서도 아빠랑 친한 여자 친구들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딱히 싸운 것도,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닌데 불편하고 어색하다. 왜, 언제부터 그랬을까.

김희원 문화부 기자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어렸을 때 친했는데 사춘기가 지나면서 멀어진 경우다. 자녀가 정신적 자립을 시작하면서 부모를 멀리하게 되고 이때 서먹해진 관계가 굳어져 그대로 이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화제의 예능 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는 개그맨 이경규와 딸 예림이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십수년 전 방송에서 깨가 쏟아지는 부녀 사이를 자랑했던 이들은 이제 딸보다 애완견이 더 편한 아빠, 아빠와 대화를 이어갈 줄 모르는 딸이 됐다.

또 다른 하나는 어렸을 때부터 친해지지 못한 경우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요즘 젊은 아빠들과 달리 대학생 이상의 자녀가 있는 아빠들이 젊었던 시절 사회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다. 아빠는 회사 생활에 바쁘고 육아는 엄마가 전담하는 가정이 다수였다. 함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보니 가까워지지 못한 게 당연했다.

내 경우는 후자였다. 아빠는 일과 회식으로 바빴고 집에서는 엄했다. 어색한 관계가 대학 때까지 이어졌다.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건 내가 교환학생으로 외국에 갔을 때부터였다. 가족과 화상채팅을 할 때면 모니터를 꽉 채운 아빠의 얼굴에서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취업준비 기간은 아빠와 친해지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아빠는 퇴직한 뒤 한가해졌고, 나도 집에서 공부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둘이 여유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여러 가지로 노력했다. 엄마가 없을 땐 외국 생활에서 익힌 요리를 아빠에게 선보이고 함께 먹었다. 아빠가 등산을 갈 때는 따라나섰다. 함께 걸으면서 친구, 취업, 그날 읽은 신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편지와 작은 선물을 자주 했다. 말로 표현하기 쑥스러운 마음을 전하는 나름의 방법이었다.

‘표현’은 모든 인간관계의 해답이다. 연애하듯, 친구를 사귀듯 아빠에게도 표현하면 된다. 서로 바빠 마주할 시간이 없다고 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봄철이니 약국에서 황사마스크를 사서 “오늘 황사가 심하대요. 꼭 하고 다니세요”라고 쓴 쪽지를 붙여 신발장에 놓아두는 건 어떨까. 점심시간에 “날씨가 상당히 더워졌어요. 오후에도 힘내세요”라는 문자와 함께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모바일 선물로 보내 보는 것도 좋겠다. 스스로 애교가 없음을 탓하지 말자. ‘사랑’은 말이 아니더라도 전달할 방법이 많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은 것이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아빠가 돌아가시지 않은 이상 부녀관계를 회복할 기회는 남아있다. 친해지고 싶다면 표현하라. 롸잇 나우!

김희원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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