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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대통령이 9월에 중국 가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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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19 21:15:46 수정 : 2015-04-19 22: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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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항일전쟁 승리에 임정과 광복군 기여
인류평화적 시각서 승전 열병식 참석
‘라오펑유’ 관계 다지고 아베 역주행 견제해야
“한국광복군이 중국 경내에서 행하는 작전행동은 중국 최고통수부의 지휘를 받는다. 한국광복군이 필요로 하는 일체의 군비는 협상 후, 차관 형식으로 한국임시정부에 제공한다. 단, 한국광복군의 경상경비는 중국 군대의 현행 급여규정에 의하여 중국군사위원회가 매월 한국임시정부에 지급한다.”

중국 충칭(重慶)시 대한민국임시정부구지진열관 전시관 구석에 게시된 ‘원조한국광복군판법’의 내용이다. 충칭대한민국임시정부(1940∼45)가 창설한 광복군은 국군의 뿌리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중국에서 ‘항일전쟁·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분위기 띄우기가 한창이다. 중국은 승전을 기념해 9월 3일 2차 대전 주요 참전국과 아시아 각국 지도자, 국제기구 책임자 등을 초청해 군사퍼레이드(열병식)를 치르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미 모든 관련국 지도자들에게 열병식 초청장을 발송했다”고 밝혀 남북 정상을 모두 초청했음을 시인했다. 모든 관련국 지도자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빠질 리 없다. 주요국 가운데 사실상 미국, 일본을 ‘한 쌍의 연인’이자 ‘왕따 커플’로 만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정치외교 버전인 열병식은 국제정세를 뒤흔들 만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이 시점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열병식에 참석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총리가 중국의 항일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오바마·아베 커플’의 불참을 점친다. 공산당이 아닌 장제스(蔣介石)가 이끌던 국민당 정부에 의해 중국이 통일됐다면 미국의 태도는 전혀 달랐을 것이란 가정도 성립한다.

중국은 미국, 영국, 소련과 함께 연합군 일원으로 일본의 항복을 받아낸 엄연한 2차대전 승전국이다. 1945년 8월21일 일본군은 후난(湖南)성 즈장(芷江)에서 항복했다. 국민당은 그해 9월9일 난징(南京)에서 일본으로부터 공식 항복문서를 접수했으니 중국은 승전국이라 주장할 근거가 충분하다. 국민당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공산당은 언제나 “국민당이 일본의 항복문서를 접수했지만 승전은 양당이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이 주장이 균형잡힌 역사 해석인지는 아직 수긍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우리 선구자들이 중국인(국민당과도, 때로는 공산당과도)과 함께 항일 무장투쟁이나 전쟁에 참여했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하다. ‘해방전후사’(해전사) 연구자 중에는 광복을 연합국 승전의 부수적 결과로 여기는 이도 있다. 타율적 해방론인 셈이다. 그럴 경우 광복군은 중국군에 기생하는 존재란 결론에 도달한다. 광복군은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대일선전포고를 하고 중국 등과 힘을 합해 승리를 쟁취했다.

박 대통령이 5월9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2차대전 승전 기념행사에 불참하기로 했다. 하지만 9월3일만큼은 과거 국민당과의 항일 인연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나이 어린 핵무기 고집쟁이 김 제1위원장과의 만남도 고려해 볼 만하다.

특히 침략의 과거사를 부정하는 아베 총리가 오는 29일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다는 요즘이니 더욱 그럴 이유가 있다. 중국에서는 안중근·윤봉길 의사의 항일의거를 동양평화를 위한 투쟁으로 조명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지만 일본의 역주행은 멈춤이 없다. 지난 2월 충칭에서 만난 이선자 대한민국임시정부구지진열관 부관장의 말이 떠올랐다.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광복군 활동은 한 나라나 민족이 아닌 인류평화적 시각에서 조명해야 한다.”

아베 총리 연설에 이어 5월 러시아, 9월 중국으로 이어지는 2차 대전 승전 기념행사가 자못 궁금해진다. 오바마·아베 조합의 전향적 변화를 기대하기 보다 박 대통령은 라오펑유(老朋友·오랜친구) 시 주석과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요즘 미국과 일본의 밀착관계를 보면 아베의 선조들이 정말 진주만공습(1941년)을 했는지 의아할 뿐이다. 아베 연설도, 그 자리를 마련한 미국도 목불인견이다.

신동주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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