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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국방비 삭감 '한파'···방산업계 "공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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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0 15:01:43 수정 : 2015-04-20 15: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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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 훈련을 앞두고 쌓여있는 155mm 고폭탄(자료사진)

“(방위산업에서 철수하기로 한) 삼성그룹의 결정이 현명하다고 생각될 판이다”
“방산업계 전체의 위기다. 사업에서 손을 땔 수도 없고, 계약하면 앉아서 손해 볼 지경이니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국방부가 이렇게 나오면 국내 방산업체는 다 죽는다. 이렇게 (예산을) 잘라놓으면 어쩌란 말이냐”

20일 국방부가 발표한 ‘16~20 국방중기계획’을 접한 국내 방산업계는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방위사업 비리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된 상황에서 무기도입에 쓰이는 방위력개선사업비가 방위사업청이 요구한 96조원에 한참 못미치는 77조1000억원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방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 방어에 필요한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에 예산을 집중하면서 다른 국내 도입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하자 방산업계의 ‘속앓이’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 軍 “논란 되는 국내 사업은 모두 삭감”

이번 중기계획에서 반영이 필요하다고 각 군이 요구한 사업은 337개에 이른다. 국방부는 시급성이 낮거나 선행조치가 미흡한 13개 사업을 제외한 324개 사업을 수용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이 요구한 방위력개선비 96조원 중 77조1000억원만 반영돼 상당수의 사업들이 착수시기가 늦어지거나 예산이 삭감됐다.

미 해군의 중고 S-3 초계기를 개량해 도입하는 해상초계기 사업은 소요검증과 사업타당성 조사를 이유로 1년 연기됐다.

육군의 차기전술교량 사업은 군 요구성능(ROC) 미달을 이유로 추진 목록에서 제외됐다.

잇따른 결함으로 생산이 일시 중단된 K-11 복합소총은 예정된 생산물량인 1만700여정에서 10% 정도 줄어들었다. 업체 변경에 따른 법적 분쟁에 휘말린 KF-16 성능개량도 7000억원이 삭감됐다.

무유도 로켓을 둘러싼 기술 문제를 겪은 차기다련장 사업은 7000억원, K-2 전차 양산은 3000억원, FA-50 양산은 4000억원, 고속상륙정 사업은 2000억원이 각각 삭감됐다.

K-11 복합소총을 사격하는 요원(자료사진)


한국형전투기(KF-X) 개발과 공중급유기 사업은 사업 초기에 집중된 예산 소요를 조정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중기계획의 특징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업은 빼거나 조정했다는 점”이라며 “이 계획은 청사진으로 국민들에게 ‘우리 군이 이런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알리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방산업계 “우리보고 앉아서 죽으라는 얘기”

하지만 국내 방산업계는 “예산을 삭감해놓고 사업하라면 어찌하란 말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군 당국이 예산을 삭감하면 예산 규모만큼 생산하는 등 전력화 일정을 조정해야 하지만, 이러한 조치 없이 진행되는 삭감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출채권을 떠안게 되면 회사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일명 ‘외상값’이라 부르는 매출채권은 이론적으로 방산업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부가 업계의 유일한 수요자이며, 계약에 의해 생산한 만큼 대가를 받기 때문이다. 정부가 예산이 부족하면 업체에 생산량을 줄이라고 지시하면 된다.

하지만 생산량을 줄이면 단위당 원가가 올라간다. 따라서 군 당국은 “예산 사정이 나아지면 나중에 정산한다”며 ‘외상값’을 달아놓는다. 문제는 체계종합업체가 협력/하청업체로부터 부품을 구입할 때, 정부에서 대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비용을 치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협력업체 중에는 대금을 받지 못하면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영세업체들도 적지 않다. 정부에서 돈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대금을 지급하려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까지 합치면 앉아서 손해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육군에 납품될 아파치 공격헬기 1호기 동체(자료사진)


그는 “매출채권이 늘어나면 주주들이 반발하고, 대금 지급을 늦추자니 협력업체들이 문 닫을 판” 이라며 “금융권 대출받은 돈과 이자를 정부가 보전해주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업체가 떠안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연구개발 사업에 매년 투입되는 연부액의 조정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사업 초기에 집중된 비용을 재원요구를 조정한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엔지니어링은 초기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이런 특성을 무시하고 연부액을 조정하면 ‘지금 돈이 없으니 나중에 줄게’ 라는 식인데, 나중에 정산을 해주겠지만 당장 개발에 필요한 자금은 어디서 구하라는 건가. 그렇다고 계약을 안 할 수도 없고, 현장만 죽어나는게 국방부의 중기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방중기계획에 대한 방산업계의 불신은 극에 달하고 있다. 예산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국방중기계획을 인정하겠느냐는 것이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는 국방중기계획과는 별도로 움직이는데, 국방부 계획대로 사업 준비했다가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깎아버리면 손해는 우리만 떠안게 된다”며 기획재정부 예산안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는 평균적으로 5% 정도로 국방비를 증액해왔는데, 국방중기계획은 그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며 “벌써부터 업계에선 기획재정부가 국방비에 ‘메스’를 들이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해 올해 하반기에 윤곽을 드러낼 국방예산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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