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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를 솔깃하게 전달하는 것이 공익광고"

입력 : 2015-04-21 19:42:29 수정 : 2015-04-21 23: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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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광고’ 앞장서는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장에 ‘코끼리 똥을 치우는 참새’ 그림이 내걸렸다. ‘많이 싼 놈이 직접 치우라’는 메시지를 담은 대형 걸개그림이었다. 총회 참석 인사들은 “오염물 배출의 주범이면서도 오염물질 해결에는 뒷전이었던 선진국을 겨냥한 통쾌한 포스터”라며 박수를 보냈다.

이 걸개그림을 기획, 제작한 주인공은 당시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던 광고 디자이너 이제석(33·사진)씨였다. 이제석 광고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그는 ‘광고천재 이태백’이라는 한 방송사 드라마의 실제모델이기도 하다.

그의 지론은 ‘9시 뉴스 앞에 광고를 내보내지 말고 9시 뉴스에 보도되게 하라’는 것. 그의 작품은 항상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자리에 설치한 ‘탈의중’ 가림막이나 모나리자의 대형 누드를 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가림막도 그의 손에서 나왔다.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지난 16일 오후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서울 누하동 카페 회화나무에서 ‘이제석의 친환경 공익광고’ 강좌가 열렸다.

이씨는 “환경의 가장 큰 적이 광고가 아닌가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광고는 멀쩡히 잘 쓰고 있는 걸 버리고 또 사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환경의 적인 광고장이가 환경단체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는 공익광고를 만들고 있다.

그는 기발한 발상을 바탕으로 공익광고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아빠 우리 큰 차 타요’라는 대중교통 이용 촉진 광고에는 “5만 마력 배기통에 운전수까지 딸린 차로 당신의 가족을 편안히 모셔다 드리겠다”는 재치있는 문구를 달았다. 공장의 굴뚝을 총구에 연결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고발한 ‘굴뚝총’ 광고는 세계적 광고상인 ‘원쇼 칼리지 페스티벌’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총모양의 포스터를 굴뚝에 연결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고발한 광고작품.
그가 돈이 되는 상업광고 대신 공익광고를 택한 이유는 뭘까. “물이 부족하면 외국에서 사오거나 공장을 더 지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물을 아껴쓰는 게 제일 좋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문제를 지나치게 물리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 해결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그럼 인식을 바꿔서 뭘 할 건데 하는데, 어떤 기업이나 회장님이 부자가 되는 것보다는 가족과 이웃이 잘되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의 목표는 상업광고보다 재미있는 공익광고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듣기 싫은 얘기에는 귀를 닫고 자신과 관련 없는 일에는 고개를 돌려버리는 세태 속에서 쓴소리를 솔깃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숙제”라며 “그래도 머리 아픈 일일수록 가슴으로 풀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영감을 얻는 곳은 ‘자연’이다. 이씨는 “표범무늬는 표범이 디자인했듯이 모든 아이디어는 자연에서 온다”면서 “인간이 덜 망쳐놓은 날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강조했다.

그는 “골목길에서 저를 만나면 쳐다보지도 않을 텐데 이런 데서 강연하니까 다르게 본다”면서 “물에 금을 타지 않아도 사막에서 생수 한병은 10억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비 문화에 중독된 현대인에게 그는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 같은 유행을 좇지 말고 ‘굵은 뿌리’와 같은 인간의 본성과 자연을 바라보라고 외치고 있다.

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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