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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발의 마법… ‘쏘면 들어간다’

입력 : 2015-04-21 20:15:05 수정 : 2015-04-21 21: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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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 제2 전성시대 프로축구 수원 삼성 ‘캡팁’ 염기훈(32)의 별명은 ‘왼발의 마술사’다. 국가대표 왼발의 달인 ‘하석주-고종수-이을용’의 계보를 이을 정도로 자로 잰 듯 정확하면서도 강력한 왼발 슈팅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브리즈번 로어(호주)와의 경기에서는 골문으로부터 31.7m 떨어진 거리에서의 시속 101㎞짜리 대포알 프리킥 골을 터뜨려 팬들에게 ‘미친 왼발’이라는 애칭까지 덤으로 얻었다.

염기훈이 절정의 킥 감각을 뽐내며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그의 활약은 기록으로 나타난다. 지난달 14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후반 47분 극적인 동점골을 날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더니 지난 18일 FC서울과의 슈퍼매치까지 매 경기(6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ACL 경기까지 더하면 9경기 연속이다. 수원이 현재 리그에서 최다득점인 14골을 뽑아냈는데 염기훈은 4골 5도움으로 9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다. 4골 모두 왼발로 터뜨렸다. 프로축구 연속 공격포인트 최다 기록은 지난해 포항 이명주가 달성한 10경기다. 지금 기세라면 염기훈이 이명주의 기록을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다.

특히 그는 지난 18일 라이벌 서울전에서 1골 2도움을 기록 캡틴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며 팀의 5-1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해부터 주장을 맡아서인지 염기훈은 한층 더 성숙했다. 그는 “싫은 소리를 잘 못하는 성격이지만 올 시즌엔 필요할 경우 후배들에게 화도 낸다”면서 “팀이 잘 되려면 여러 가지 방법을 써야 하는데 그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염기훈은 지난해 80㎏에서 프로데뷔 당시 몸무게인 77㎏으로 돌아왔다. 초심을 찾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몸놀림은 가벼워졌지만 킥은 묵직해졌다. 선배 왼발의 달인 수원 고종수 코치의 특별과외가 효과를 발휘했다. 과거 페널티 지역 근방에 ‘고종수 존’을 만들 정도로 백발백중 골을 넣던 고 코치의 지도 아래 염기훈은 매일 오전 1시간씩 프리킥 연습에 매달린다. 그는 “요즘엔 경기 중에 페널티박스 근처의 프리킥 찬스가 은근히 기다려진다”며 한껏 자신감을 드러냈다.

염기훈에게도 시련 계절은 있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했던 염기훈은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후반 12분 상대 골키퍼와 1대1 찬스에서 득점에 실패하는 뼈아픈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경기에서는 대표팀이 1-4로 패했고 염기훈은 온갖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이듬해 9골 14도움으로 역대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대표팀 주전자리를 꿰차진 못했다.

2013년 10월 경찰청에서 군복무를 마친 염기훈은 잔 부상을 치르며 지난 시즌에도 옛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자유계약 선수로 풀린 그에게 고액연봉은 재계약의 걸림돌이었다. 그러던 지난 1월 말 연봉 삭감을 감수하면서 수원과 1년 재계약에 성공했고 팀을 이끌며 리그 2위까지 올려놨다.

지난해 1월 29일 멕시코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염기훈은 대표팀 골 결정력 문제를 해결해 줄 단비 같은 존재로 거론된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은퇴하기에도 아직 이르다. 대표팀 주전 자리 욕심을 낼 법도 한데 정작 본인은 조심스럽다.

그는 “(대표팀에) 불러준다면 감사하지만 지금은 K리그에 전념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염기훈이 연속 공격포인트 신기록 경신과 함께 슈틸리케호 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지 주목된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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