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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문을 열면 꿈꿨던 세상이?

입력 : 2015-04-23 21:00:50 수정 : 2015-04-23 21: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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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쓰루 더 도어’ 지난달 13일부터 서울 대학로 유니플레스 1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쓰루 더 도어’(Through the Door)는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탈출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작품이다. 어느날 갑자기 집안 다용도실 문이 열리면서 꿈꿔온 세상이 펼쳐진다는 유치한(?) 내용이나, 관객은 자신도 무대의 저 문을 지나면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꿈꾸던 인물을 만날 수 있다는 판타지를 갖게 하는 작품이다.

공연을 본 관객은 김현은정 연출의 말대로 “극 중의 문은 현실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환상과의 연결고리”임을 실감하게 된다. 기자도 최근 ‘쓰루 더 도어’를 보면서 잠시나마 이런 경험을 했다. 주인공 샬럿처럼 여성도, 로맨스를 꿈꿀 나이도 아니지만 2시간 남짓 나만의 상상의 세계에서 웃으며 즐거웠다. 물론 공연이 끝난 뒤 냉험한 현실 속의 나를 확인해야 했지만….

뮤지컬 ‘쓰루 더 도어’는 환상 속 로맨스를 통해 진정한 나를 찾는 여행에 관한 작품이다.
간 프로덕션 제공
‘쓰루 더 도어’는 영화 ‘슬리피 할로우’의 뮤지컬 대본을 맡았던 미국 작가 주디 프리드와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으로 주목받은 영국 작곡가 로런스 마크 와이트의 작품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느낄 법한 일과 사랑에 대한 고민을 다룬다. 7년 전 소설을 쓴 이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샬럿은 일과 성공에 집착하는 건축가 남편 레니와 사이가 점점 멀어진다. 그러던 어느날 샬럿은 다용도실 문을 통해 환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환상의 세계는 다름 아닌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인 카일 왕자가 사는 곳이다. 샬럿은 카일 왕자를 만나면서 삶의 재미를 느낀다. 로맨스 소설을 원하는 편집자와의 갈등, 성공을 위해 가족을 등한시하는 남편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다용도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소설 속 카일 왕자는 샬럿과 결혼하기 위해 환상의 세계로 들어온 레니를 죽이고 싶어 한다. 레니는 환상의 세계에서 뒤늦게 샬럿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1막은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다.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관객에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막은 재미와 웃음을 준다. 환상과 현실을 적절히 섞어 만든 스토리가 웃음을 머금게 한다. 주인공 샬럿과 카일 왕자의 러브라인은 환상 속 로맨스를 꿈꾸는 여성 관객을 매료시키기 충분하고, 레니와 샬럿이 싸우는 부분은 “바로 우리 집 얘기”여서 여성 관객의 공감을 얻는다.

스토리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다. 당초 ‘쓰루 더 도어’의 주연 배우인 레니와 카일 왕자를 동일인물로 설정했으면 어떨까 하는 가정을 해본다. 그러면 샬럿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결국 레니임을 깨닫고, 카일 왕자는 샬럿이 자신과 다른 존재임을 알게 돼 포기했을 것이다. 실제 이 작품의 외국 쇼케이스에서는 두 사람이 동일인물로 설정됐다는 주장도 있다. 만약 레니와 카일이 동일인물이었다면 샬럿은 카일 왕자에게서 자신이 사랑했던 레니를 찾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레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샬럿 역은 배우 오소연·최수진·유리아, 일밖에 모르는 레니 역은 최수형·정상윤·김경수가 맡는다. 환상세계의 왕자 카일 역은 전재홍·민우혁·백형훈이, 현실과 소설 세계를 이어주는 4인조로는 김호섭·김재만·오기쁨·최영민·김리가 출연한다. 6월7일까지. 1544-1555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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