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읍성 성곽은 “머리에 돌을 이고 한 바퀴 돌면 다리의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에 간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
유럽에 여행을 가면 고풍스러운 고성과 성곽에 감탄하곤 한다. ‘우리에겐 왜 이런 멋진 성이 남아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에게도 성이 삶의 공간이었다.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손수 돌을 날라 성을 쌓고, 그 안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지금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지 않을 뿐이다. 이는 한·일 강제합병 직후인 1910년 일제가 전국에 일제히 내린 ‘읍성철거령’ 때문이다.
읍성이란 지방 군현 주민을 보호하고 군사·행정 기능을 담당하던 성이다. 읍성들이 모두 헐리면서 조선은 방어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고, 조상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살던 삶의 구획은 일본이 원하는 대로 새로 그어졌다. 읍성철거령은 이후 도성 해체와 왕궁 파괴로까지 이어졌으니 일제의 우리 전통문화 말살의 시작점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전북 고창의 고창읍성으로 향했다. 고창읍성은 대부분 사라진 우리나라 읍성 중 전남 순천 낙안읍성, 충남 서산 해미읍성과 함께 원형을 가장 온전하게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조선 단종 때 지어졌다고 하니 500년을 훨씬 넘는 세월을 버텨온 셈이다. 지역민에게는 원래 이름 대신 ‘모양성’이라는 좀 더 친근한 이름으로 불린다. 읍성은 고창읍내에 위치한 야산을 에워싸고 세워져 있다.
고창읍성 관청. |
고창읍성으로 들어가는 성문. |
죄인을 가두던 옥. 고창읍성 내에 복원돼 있다. |
고창읍성 안에 복원된 동헌. |
고창읍성 성벽을 걷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머리에 돌을 이고 모양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의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에 간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고창지방에는 머리에 돌을 이고 읍성을 도는 ‘답성놀이’ 풍습이 남아있다. 농사에 바쁘고 전장에 나간 남편을 대신해 돌을 이고 날라 성을 쌓았던 억척스러운 우리 아낙들을 기리고 축복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음력 9월9일 중양절 전후로 열리는 ‘모양성제’의 주요한 행사도 답성놀이다. 고창 아낙들이 모여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성밟기를 하는 모습은 장관이라고 한다.
고창읍내를 내려다보고 있는 고창읍성 모습. |
무장읍성으로 들어가는 성문. |
무장읍성 객사. |
고창=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여행정보(지역번호=063)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고창나들목에서 나오면 된다. 고창읍성은 나들목 인근 고창읍내에 있다. 고창읍을 지나 23번 국도 영광 방면으로 가다 보면 무장읍성과 청보리밭이 있는 ‘학원농장’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고창읍내에서 학원농장까지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린다. 농장 인근에는 마땅한 숙소가 없다. 고창읍내 버스터미널 인근에서 깔끔한 모텔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고창의 명찰 선운사 인근에도 선운사관광호텔(561-3377), 선운사유스호스텔(561-3333) 등 숙박시설과 모텔들이 몰려 있다. 고창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단연 장어다. 풍천이라고 불리는 선운사 앞 개천의 장어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선운사 주변에는 장어구이집이 즐비하다. 이 중 신덕식당(562-1533), 연기식당(562-1537), 할매집(562-1542), 산장회관(563-3434)이 많이 알려져 있다. 고창읍내에서는 용궁회관(564-1331)이 이름난 장어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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