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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반도, 반(半)독립, 반(半)체제, 반(反)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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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7 20:31:13 수정 : 2015-04-27 20: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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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썩고 사대·식민·종북도 활개
주인정신 없는 한국호 미래 불안
요즘 성완종 쪽지유서 파문으로 여론에서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방위산업비리이다. 국가 기강 해이로서는 위험수위를 훨씬 넘은 것이고, 국가유지를 불안케 하는 후진국형 비리이다.

초빙교수로 한국에 머물렀던 예의 외국인 교수는 한국이 독립국가로서의 자격이 의심스럽다고 한다. 한국의 인문(人文)엘리트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않은 것과 함께 군인들의 부패지수는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 해군과 육군의 방위산업비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썩었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군인이 썩으면 나라가 다 썩은 것이다. 군인의 충성심과 청렴도는 한 나라 기강의 바로미터이다. 적과의 전쟁 수행을 위해 들여온 외래 최신무기가 작동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이건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정신 나간 집단(국가)’의 추태만행인 것이다. 아마도 중국 같으면 모두 공개처형감이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우리 역사에서 으레 전쟁이 나면 의병이 나서고, 학도병이 나선 것은 전쟁의 담당자인 무사와 군인의 정신이 투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성들의 비리를 보면 전통적으로 외침을 많이 받은 이유를 짐작할 만하다. 전쟁을 일으키는 쪽에서는 항상 승리를 예측하기 때문에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외침을 많이 받은 것이 결코 자랑이 될 수 없다. 책임을 묻지 않는 ‘인심 좋은 나라’ ‘해체 직전의 나라’ 풍경이다. 부정을 아무리 해도 몇 년 징역 살고 나오면 모든 게 사면되고 복권되니 부정부패는 꼬리를 문다.

역사적으로 보면 국가는 군대와 더불어 생겨난 것이다. 국가의 3대 요소가 영토, 주권, 국민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군대가 없으면 국가가 아니다. 영토와 국민을 적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군의 부패와 기강 해이가 혹시 심리적으로 전시작전권이 없는 것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방위산업 비리를 비롯하여 권력형 부정부패는 나라의 주인정신이 없다는 것과 통한다. 이런 한국적 상황을 반도(半島), 반(半)독립, 반(半)체제, 그리고 반(反)체제적 상황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광복 후 독립은 남북분단으로 반(半)독립에 불과했으며, 반독립은 남북 모두를 반(半)체제로 몰고 갔으며, 온전한 체제(남북통일)를 위한 과제를 민족적으로 남겼다. 그런데 그 반체제는 남한의 경우 반(反)체제를 불러왔다. 오늘날 한국문화는 반(反)체제가 정의처럼 상당수 국민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반체제는 체제를 반대할 수 있어도 스스로 체제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주인정신·주인의식이 없는 데로 귀결된다. 반체제를 하는 것도 좋고, 비판을 하는 것도 좋지만, 주인정신이 없는 비판은 소모적 비판이 되고, 주인의식이 없는 반체제는 분열과 당파로 국력을 소진시킬 것이다. 현재 한국은 사대와 식민과 ‘종북좌파’라는 주인의식이 없는 삼각연대에 포위되어 있다. 주인은 항상 ‘우리의 밖’ 어딘가에 있고, 우리는 ‘종의 나라’인 것이다.

자유민주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종북단체의 규모는 핵심그룹이 30개, 추종세력이 160개, 우호세력이 1500개로 엄청난 규모라고 한다. 자기부정과 패배의 극치인 종북세력은 종교·문화계·군 등에서 광범위하게 제2전선을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절대 빈곤 속에서도 큰소리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국민 각자가 자신감과 함께 긍정적이고 공격적이고 창조적인 역사를 전개하지 않으면 한국은 과거의 귀신과 원한과 보복의 푸닥거리에 국력을 소모하고 스스로 난국에 빠지게 될 것이다. 스스로 배에 구멍을 낸 난파선의 쥐 떼들처럼 아우성을 치고 울고불고할 것이다. 세월호는 바로 그 상징적인 것이다.

우리 사회에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여러 비판과 반체제가 과연 주인의식에서 출발한 것인가, 아니면 종의 의식에서 출발한 것인가를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비판과 반체제가 아무리 논리적이고 화려하다고 해도 주인의식이 없으면 해악적 존재가 된다.

특히 종북좌파라는 반체제집단은 북한을 주인으로 섬기고 있는 정치적 도착집단인 것이다. 주인의식이 없는 권력과 부는 결국 조폭졸부밖에 되지 못한다. 조폭졸부정신은 주인의식이 없다는 점에서 사대식민 정신과 통하며, 그 연장선상에 있다. 사대와 식민을 철학적으로 설명하면 주인도 아니고 종도 아닌 의식이다. 이는 아전 혹은 마름정신이다. 아전정신이라는 것은 양반과 평민(상민) 사이에서 사리사욕을 챙기는 중인집단을 말한다.

아전정신이 한국을 병들게 하고 있다. 힘 있는 자에게는 종이 되고, 힘없는 자에게는 주인이 되는 이중인격이 아전정신다. 차라리 주인이면 확실히 주인노릇을 하고, 종이면 확실하게 종노릇을 하는 것이 주인도 되고, 종도 되는 분명한 것이다. 진정한 주인이 되지 못하면 진정한 종도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인도 아니고 종도 아닌 어정쩡한 정신이 한국인의 지배적인 정신이 된 것은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 중국을 향한 오랜 사대적 인문전통과 최근세사의 일제식민의 경험이 더욱더 한국인을 그렇게 만들었음이 분명하다.

민주주의 속에 사대주의가 숨어 있고, 민중주의 속에 계급주의가 숨어 있고, 반체제 속에 종북좌파가 숨어 있다. 전자는 후자의 숙주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 ‘잘난 사대주의’를 마치 선진을 구가하고, 세계적 보편가치에의 참여로 오해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엘리트들이나 지식인의 아전 혹은 마름적 성격인 것이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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