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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미·일 vs 중·러' 대립, '샌드위치' 한반도 운명은

입력 : 2015-04-28 15:00:07 수정 : 2015-04-28 15: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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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미일 방위협력지침에 합의한 양국 외교·국방장관.

2015년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27일 미국 현지에서 발표한 새로운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통해  양국 협력의 지리적 범위를 아시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가이드라인 중에 ‘필요할 경우 섬 탈환 작전을 실시하며, 미군은 자위대를 지원한다’는 표현은 중일 영유권 갈등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돼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맞서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내수 시장과 외환보유고를 앞세운 ‘선경후정’(先經後政 : 경제를 앞세우고 정치는 뒤로 물린다)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미일 동맹에 맞서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호주까지 가세하면서 미국․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한반도의 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출동 여부는 국내 반일 감정에 불을 붙일 수 있는 ‘뇌관’이라는 평가다.

◆ 일본·호주 “미국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

미일 양국이 합의한 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미군과 자위대의 연합작전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미일 공동 무력대응의 지리적 범위를 최대 한반도와 대만 해협을 아우르는 ‘일본 주변’으로 제한했지만 이제는 자위대가 미군과 연합작전을 벌일 수 있는 지리적 한계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또 전쟁을 포함한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과 일본이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을 표적으로 하는 탄도미사일을 일본 자위대가 요격하는 내용이 반영된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미일 양국이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할 상설 기구를 설치하고 사이버, 우주 등의 분야에서 전면적인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은 미일 동맹이 미국 대외 전략의 핵심으로 격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분위기에 맞춰 오세아니아 지역의 맹주인 호주도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미-일 3각 동맹의 취약지점인 한국의 자리를 차지해 아시아 태평양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호주는 200억달러(22조원)를 투입해 일본에서 잠수함 10척을 건조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잠수함에는 미국제 무기가 탑재돼 미국과 일본에게는 ‘큰 선물’이나 다름없다.


지난 8일 일본을 방문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좌)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우)가 회담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는 최근 “미-일-호주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가장 발전된 안보 협력 관계로 성장했으며, 북한의 위협에만 초점을 맞춘 한-미-일 관계보다 현재의 국제 질서를 유지하는데 훨씬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미-일-호주 동맹이 북한을 억제할 때만 필요한 한-미-일 동맹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 중국 ‘러시아와 관계 강화, 경제 우선’ 전략

미일 ‘신 밀월시대’에 맞서 중국은 ‘유소작위’(有所作爲 :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대국굴기’(大國堀起 : 대국으로 우뚝 선다)와 함께 신형대국관계를 내세우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공식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미국 주도의 금융 질서를 견제하고 아시아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증대하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드러나 있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맹국인 영국, 한국을 비롯한 57개국이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한 것은 중국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인식이 깔려있다.

외교 안보 측면에서 중국은 러시아에 접근하며 미국 주도의 패권에 맞서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 대전 승전기념식에 참석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오는 9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 전쟁 승전 기념식에 참석해 양국의 공고한 관계를 과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러시아는 기술 유출을 우려해 공급하지 않았던 S-300 지대공미사일 시스템 등 첨단 무기를 중국에 판매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중국의 ‘우호적 제스처’에 화답하고 있다.

◆ 미·중에 낀 ‘샌드위치’ 한국, 자위대 진출 가능성 우려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이 긴박해지면서 한국의 외교안보적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미일 삼각동맹의 한 축인 한일 관계는 과거사 갈등으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고, 북핵문제도 해법을 찾지 못한 채 북한의 핵능력만 발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일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진출이 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합동훈련중인 미 육군과 일본 자위대원들(자료사진)


이에 대해 정부는 미국과 일본이 새 가이드라인에 “미일 양국이 미국 또는 제3국에 대한 무력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주권의 충분한 존중을 포함한 국제법 및 각자의 헌법, 국내법에 따라 무력행사를 따른 행동을 취해 나간다”는 표현을 넣은 것은 한국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정부 관계자들은 “미일 양국은 자위대가 한반도 영토에 진입할 때 한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확히 한 표현”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미국으로부터 ‘이 문구는 누가 봐도 한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서 넣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답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반도 유사시 선포될 전쟁수역의 경우 공해가 포함되어 있는데, 공해상에서의 자유통항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며 “합리적인 통제가 보장되는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절차로 동의를 할지 등을 고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미일 가이드라인을 이용해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추구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에는 “문안에는 공격에 대한 부분은 없고 무력 공격을 받는 상황만 언급됐다”며 “자위대의 무기 중 공격용은 없으며, 방위백서에도 상륙저지 등 방어적 성격만 규정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일본 정부의 관련 법 개정과 미일 양국의 후속 협의 등에 따라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있어 우리 정부의 치밀한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아베 정권은 주변국의 비난은 받지만 일관성있는 외교 전략으로 미국으로부터 실익을 얻고 있고, 호주는 미국과 안보협력을 하면서도 AIIB에 가입하는 등 안보와 경제를 분리해 대응한다”며 “남북관계 개선 등 동아시아 정세를 주도하는 능동적 외교를 펼치면서 미국과 중국의 ‘구애’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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