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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일 新밀월관계와 한국 외교의 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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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8 20:57:40 수정 : 2015-04-28 20:5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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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주도할 어젠다 개발해야
국익 지킬 외교적 지혜 필요한 때
최근 미·일 관계가 부쩍 가까워지면서 양국 간 신밀월관계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게 들린다. 아베 신조 총리의 이번 방미가 일본처럼 입헌군주제 국가로서는 가장 격이 높은 공식 방문이고,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조기 체결을 확인했으며,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입각한 포괄적인 안보협력을 제도적으로 확인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한 풀 벗기고 들어가면, 실질적으로는 국빈방문에 버금가는 예우를 포함해 외국 정상의 방문으로는 이례적으로 8일간의 미국 체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29일 아베는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게 된다.

사실 미·일 ‘밀월관계’라는 표현은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의 이름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불린 ‘론야스’ 밀월관계는 미·일 협력관계의 상징적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굳이 해석하자면, 론야스 시대의 밀월관계의 전통을 상기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이름을 딴 일명 ‘오신조’ 신밀월관계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기정사실화된 현실에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일본은 미국이 포기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는 의지가 읽힌다. 과거 론야스 밀월관계 당시 나카소네 총리가 ‘일본은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이라고 주장한 배경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그러면, 한국을 둘러싼 외교 환경이 이러한데 우리 외교 좌표는 어떻게 형성돼야 할 것인가. 혹자는 한·미·일 공조가 그다지 원활치 않는 점에 대해 미국 정부가 우리를 조금씩 탓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사실관계를 떠나 한·중·일 및 미국은 아시아의 평화와 공존, 번영을 위해 국가 간 협력관계가 핵심적인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정확히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혼자만의 리더십을 가지고 세계 경영을 추진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으므로, 미국으로서는 각 지역의 다양한 거점 파트너 즉 아시아 지역의 경우 한국과 일본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은 가용 외교자산이 미국과 일본 등의 주변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국가이익이 걸린 사안의 경우 지금까지 ‘총체적 외교전’을 통해 외교역량의 열세를 만회해 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제도화된 외교 리더십의 배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즉, 한·미·일 혹은 한·중·일 협력에서 우리만이 ‘어젠다 세팅’(의제 설정) 할 수 있는 이슈를 적극 개발하고, 덩치 큰 국가의 경우 외교관계에서 기민함이 떨어질 때 국가 간 협력이 용이한 안건을 중심으로 ‘협력과 상호 존중의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주도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북한 문제가 우리 외교활동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지만 그러한 굴레를 역발상의 상상력으로 극복해 우리 스스로 세계 평화에 적극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우리의 간절함을 보여주는 가장 호소력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중동, 독일·프랑스, 남미, 아프리카, 러시아 등 인접 국가와 마냥 사이좋게 지내는 나라는 없다. 다소 불편해 보이는 한·일 관계가 전 세계의 유일무이한 사례가 아니라는 얘기이다.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은 기본적으로 지난 22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AA)정상회의(반둥회의) 발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안부 이슈, 역사왜곡 등 우리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안과 이와 동시에 경제협력, 사회문화 교류, 글로벌 공동 리더십 등 큰 그림의 국가경영에서 추구해야 할 사안 사이의 경계선을 보다 분명하게 그을 줄 아는 외교적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을 계기로 한국이야말로 ‘키신저’ 같은 전략가를 수십명은 배출하고도 남을 외교환경에 처해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직시해야 할 것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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