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대통령의 ‘유감’ 표명, 국민 마음 움직일까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5-04-28 21:06:38 수정 : 2015-04-28 23:27:2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늦출 수 없는 사안이라 안타깝지만 국무총리의 사의를 수용했다”면서 “이번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고 성완종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국민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구태 척결을 다짐하기도 했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이 대독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서였다.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그제 귀국한 박 대통령은 과로·만성피로로 인한 위경련과 인두염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하루 이틀은 절대 안정이 필요한 건강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도 전날 이완구 총리 퇴진 수용에 이어 어제 200자 원고지 10장 분량의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았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무한 책임을 중시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정치권 일각의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유감 표명’으로 선을 그었다. 성완종 파문 수습과 민생 안정, 경제 활성화 등을 위한 국가적 당면과제도 조목조목 제시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보좌진은 할 만큼 했다고 자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의 ‘메시지 정치’는 문제가 없지 않다. 메시지가 내용으로나 형식으로나 국민 눈높이에 크게 못 미친다. 성완종 파문의 핵심은 살아 있는 권력이 대거 검은돈 추문에 연루됐다는 점이다. 검찰이 수사 중인 ‘성완종 리스트’를 믿을 수 있든 없든 그 리스트에는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여권 실세 이름이 줄줄이 나열되고 있다. 부끄럽고 구차한 일이다. 법적 차원의 시비를 가리려면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해도 적어도 정치적 차원에선 석고대죄를 해도 모자란 것이 집권세력의 딱하고 민망한 처지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줄줄 흘러내리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유감스럽게도 어제 메시지에선 그런 시국 인식을 읽기 힘들었다. 전반적 문맥으로 보면 ‘유감’이란 표현조차 겉도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메시지로 과연 국민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야 반응은 극단적으로 대비됐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와 정치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규탄 일색으로 대응했다. 오늘이 4개 의석이 걸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인 만큼 여야가 동일한 메시지를 각기 정략적으로 해석하고 과민 반응한 측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메시지 자체가 미흡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대승적 화합의 길을 제시하기는커녕 정쟁의 불씨에 기름을 끼얹기만 한 것은 아닌지도 자성의 눈으로 세밀히 살필 일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