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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흑인 사망에 분노 폭발…킹 목사 암살이후 최악 폭동

입력 : 2015-04-28 20:19:10 수정 : 2015-04-28 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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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볼티모어 흑인소요 비상사태 미국 내 뿌리 깊은 인종 갈등이 결국 폭동으로 비화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일어난 약탈, 방화 등 폭력사태는 흑인 프레디 그레이(25)가 최근 경찰에 구금됐다가 사망한 사건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경관이 불기소 처분을 받고, 지난달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노스찰스턴에서 백인 경찰이 달아나는 흑인에게 8발의 총을 쏴 사망케 한 일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미국 내 흑인사회에 켜켜이 쌓였던 피해의식과 분노가 단숨에 폭발한 것이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볼티모어 뉴 실로 침례교회에서 열린 그레이의 장례식이 끝난 뒤 ‘사법정의’를 외치던 시위대는 경찰의 진압이 시작되자 이내 폭도로 돌변했다. 경찰과 격렬히 대치하던 시위대는 주류 판매점 등 상점과 현금인출기 등을 약탈하고, 경찰차를 공격했으며 소방 진화 작업에 나선 소방차 호스를 자르는 등 난동을 부렸다.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하고, 접근 금지 구역을 설정해 질서 회복에 나섰다. 시위대는 그러나 해가 저물자 거리를 뛰어다니며 가게를 약탈하고, 경찰에 조롱을 퍼부었다. 메릴랜드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주방위군 5000명을 동원키로 하고, 이 중 1500명을 우선 현장에 투입해 경찰을 지원하도록 했다. 주 경찰도 5000명을 볼티모어로 집결시켜 폭동 진압 작전에 나섰다.

볼티모어에는 특히 흑인이 다수 거주하고 있어 미국 내 흑백 갈등의 진앙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폭력사태는 미국 흑인 민권 운동의 대부인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지난 1968년 암살당했을 당시 볼티모어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력시위 이후 가장 심각한 소요 상황이다. 미 프로야구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이날 홈 경기가 취소되고 메릴랜드주립대 등 각급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지는 등 이번 사태 후유증이 커지자 그레이의 가족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레이의 가족 변호사 빌리 머피는 “가족들이 폭력사태에 충격을 받았다.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전국적인 운동이 폭력으로 얼룩지지 않기 바란다”고 밝혔다.

관계당국은 엄정 대처 방침을 밝혔다. 흑인 여성인 스테파니 롤링스브레이크 볼티모어 시장은 “여러 세대가 건설한 이 도시를 폭도가 파괴하도록 그냥 둘 수 없다”며 폭력 시위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약탈과 폭력 행위를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백악관도 신속히 움직였다. 이날 임명장을 받은 미국의 첫 흑인여성 법무장관 로레타 린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볼티모어 사태를 즉각 보고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롤링스브레이크 시장과 통화에서 “연방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이 치러진 그레이는 볼티모어 시내에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심하게 다쳤으며 체포 1주일 만인 지난 19일 척추이탈로 숨졌다. 그레이는 체포 당시 수차례 응급조치를 요구했으나 30분간 묵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관련 경찰 6명의 직무를 정지하고 사건 경위 조사에 나섰으나 전날까지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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