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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두 얼굴' 드러낸 아베의 홀로코스트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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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8 19:13:13 수정 : 2015-04-29 00: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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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아베… 과거사 사과 없이 홀로코스트 박물관 찾아
링컨 동상 앞에서 친밀감 과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이 27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워싱턴의 링컨 기념관을 예정에 없이 찾아 에이브러햄 링컨 동상 앞에서 전경을 둘러보고 있다.
“떳떳하지 못하니까 뒷문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겠느냐?”

미국 방문에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뒷문 출입’ 행보를 이어갔다. 오전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은 뒷문으로, 오후 워싱턴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보안문으로 들어갔다. 한인들의 항의시위를 우려해 정문 출입을 포기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알링턴 국립묘지를 참배하고 곧바로 철통 경호 속에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찾았다. 외부 접근이 차단된 보안문을 활용한 탓에 그의 모습은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일본 외에 한국 등 다른 나라 언론 취재는 아예 허용되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찾은 건 아이러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이 어떤 곳인가. 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에 학살된 600만명의 유대인을 추모하는 곳이다.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역사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보이려는 방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일본이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해 왔다.

하버드대 앞 시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왼쪽)가 27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하버드대에서 강연을 앞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한 사죄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물관 방문은 ‘두 얼굴의 아베’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일제 잔악 행위는 나치에 못지않다. 일본군은 중국 난징(南京)에서 6주 만에 중국인 20만∼30만명을 학살했다. 강간 피해를 본 중국 여성도 2만∼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만명의 여성을 끌어가 ‘성적 노예’로 삼았다.

일본 경찰이 1919년 3·1운동 이후 어린 한국 여학생들을 심문하면서 옷을 벗겨 고문하고 강간까지 했다는 미국 교회단체의 기록까지 최근 공개된 마당이다. 일본은 고개 숙여 전쟁범죄를 사죄한 독일과 달리 진정한 사죄를 거부하고 있다. 사죄는커녕 교과서 수정 등을 통해 역사를 왜곡하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하버드대에서도 위안부 피해자를 ‘인신매매 피해자’로 지칭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행위 주체를 밝히지 않은 채 ‘인신매매’라고 표현함으로써 여론의 비난을 교묘히 피하려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용수(87) 할머니를 비롯해 위안부 피해자들이 바라는 건 그의 값싼 동정이 아니다.

일본 정부가 범죄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사죄하라는 것이다. 고령의 이 할머니가 휠체어에 의지한 채 미국까지 건너와 보스턴에서, 워싱턴에서 시위를 벌이는 이유다. 29일 일본 총리로서 첫 미 의회 합동연설에 나서는 아베 총리가 위선의 가면을 벗고 역사를 직시할 용기가 있는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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