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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가짜 백수오' 환불방안 안개 속

입력 : 2015-05-03 12:15:00 수정 : 2015-05-03 12: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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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가짜 백수오’의 불길이 식품안전에 대한 정부의 불신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0일 발표에서 내츄럴엔도텍이 원료를 공급한 13개 업체 제품에서 모두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는데요. 안전성조차 입증되지 않은 식품이 인기 건강기능식품인 백수오로 둔갑한 것입니다. 백수오 원료를 검사했지만 별다른 문제를 찾지 못했다는 지난 2월 식약처 발표와 180도 다른 결론인데요. 즉, 정부 기관이 한 입으로 두말한 꼴입니다. 이 같은 식약처의 번복으로 시장 혼란은 더 커졌습니다. 내츄럴엔도텍의 주가는 식약처의 2월 ‘면죄부’ 발표 이후 급상승했다가 최근 논란에 휩싸이면서 시가 총액이 1조원이나 빠졌는데요. 코스닥시장 전체가 휘청거리는 도미노 현상도 일어났습니다. 현 정부는 불량식품을 ‘4대 惡(악)’의 하나로 규정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식약처로 격상시켰는데요.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는 온갖 불량 식품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습니다. 엉터리 식품검사가 횡행하고 안전성 관리에도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인데요. 이는 식약처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가짜 백수오’ 사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 봤습니다.

"1년 넘게 망설이다 큰 마음 먹고 구입해 3박스 먹고 2박스 남았는데, 독성 있는 엉터리 성분이 포함돼 있다니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내츄럴엔도텍이 신문과 홈페이지에 안전하다고 떠들어대서 한국소비자원 결과가 잘못된 것인가 했는데 결국 거짓말로 들통났네요."

이는 이번 '가짜 백수오' 사태를 겪은 소비자들의 격앙된 반응 중 하나다. 한국소비자원과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공방은 지난달 30일 식약처의 발표와 함께 소비자원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혼란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과거 백수오 관련 상품을 구입한 경우 환불을 받을 수 있는지, 만약 '가짜 백수오' 이엽우피소를 속아 먹었더라도 안전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

소비자원이 '가짜 백수오' 이엽우피소 성분을 확인한 29개 제품을 소비자가 백화점·마트에서 산 경우 구매 시점이나 개봉 여부 등에 관계없이 모두 환불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동안 백수오 관련 제품들을 대량 판매한 TV홈쇼핑이다. 특히 관심의 초점인 내츄럴엔도텍의 경우, 지난해 백수오 제품 매출의 무려 75%를 홈쇼핑을 통해 팔았기 때문에 홈쇼핑의 환불 정책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홈쇼핑 업체들은 과거에 판매한 백수오 제품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환불의 범위·방법 등을 언급하기 어려운 것은 '가짜 백수오'를 적발한 소비자원도 마찬가지다. 제조업체인 내츄럴엔도텍 역시 황금연휴임에도 대부분의 간부급 직원들이 출근, 환불 방법 등을 포함해 이번 사태의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백수오 건강기능식품 제조·유통업체, 소비자원 등이 곧바로 명확한 환불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에 소비자원 또는 식약처가 가짜 백수오의 실체를 확인하긴 했지만, 적발업체들이 지금까지 생산한 모든 백수오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홈앤쇼핑은 지금까지 판매한 내츄럴엔도텍 백수오 제품이 식약처의 이전 검사 등을 통과한 지난해 12월 입고 원료로 만든 것이라 이번에 이엽우피소가 발견된 원료(3월 입고)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더군다나 '가짜 백수오' 이엽우피소의 안전성도 변수다. 일단 식약처는 "사용 실태 자료가 없어 이엽우피소를 식품원료로 허용하지 않은 상태지만, 한국독성학회 자문 결과 등을 종합할 때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제품을 섭취해도 인체에 위해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한한의사협회는 "이엽우피소도 한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분명히 약재로도 쓰일 수 있는 식물이지만, 이엽우피소를 백수오의 대용으로 쓰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며 이엽우피소 안전성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논란이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만약 향후 이엽우피소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제기될 경우, 이번 가짜 백수오 사태는 단순히 환불 문제가 아니라 대규모 손해 배상 사태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가짜 백수오' 논란에 코스닥시장도 된서리를 맞았다. 7년여 만에 지수 700 고지를 넘어섰다가 '백수오 쇼크'로 휘청거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백수오 여파로 내츄럴엔도텍을 비롯해 코스닥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또 다시 손실을 볼 처지에 놓였다. 꾸준히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이번 사태를 핑계로 차익 실현에 나섰지만, 적잖은 '개미'들은 반대로 추격 매수에 나섰기 때문.

증시 전문가들은 백수오 논란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는 일시적인 것으로, 코스닥은 조정을 거쳐 결국 재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기대감에 의존해 '묻지마 투자'에 나서지 말고 실적과 성장 가능성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자세히 분석해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번 코스닥 조정은 백수오 논란이 시장 전반의 신뢰 추락으로 이어져 투자심리가 악화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백수오 논란이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코스닥이 7년여 만에 지수 700을 돌파하면서 고점 인식이 확산하자 백수오 사태가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욕구를 자극했다는 것.

전문가들은 "코스닥이 내츄럴엔도텍 충격을 빌미로 일시적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주가는 일시 조정을 거쳐 올라갈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가 시장 전체의 문제라기보다 개별기업의 문제로 인식돼 파급 효과가 더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애꿎은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점이다. 난데없는 가짜 논란으로 주식을 쓸어 담아 온 개인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성장주의 신뢰에 흠집을 낸 이슈로 작용했다"며 "사실 내츄럴엔도텍에서 시작됐지만, 성장주의 실적에 대해 고민을 하던 코스닥시장 입장에선 한 번은 겪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한 개인의 선호 정도와 정보, 기대감만으로 그동안 투자에 나섰다면 앞으로는 실체가 있는 종목과 그렇지 않은 종목 간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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