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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 연주… 매력적인 도전이죠"

입력 : 2015-05-03 20:16:39 수정 : 2015-05-03 20: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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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부터 대장정 이끄는 수원시향 김대진 상임 지휘자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전곡이 관객을 찾아온다. 수원시립교향악단과 예술의전당이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을 맞아 7곡 전곡 연주를 마련했다. 시벨리우스는 말러, 브루크너와 함께 후기 낭만주의 시대 ‘교향곡의 3대 거인’으로 불린다. 명성은 높지만 국내에서는 교향곡 2, 5번 외에는 접하기가 어려웠다. 대장정을 이끄는 수원시향 김대진 상임지휘자는 “전곡 연주에서 중점을 두는 건 ‘연주 덜 되는 교향곡도 좋네, 다시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왜 연주 안 되는지 알 것 같아’라는 얘기를 들으면 성공하지 못한 연주라고 봐요. 관객이 다시 듣고 싶어지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연주가 덜 되는 곡을 앞에 배치했어요.”

최근 서울 서초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구실에서 만난 김대진 수원시향 상임 지휘자는 “이번 연주는 수원시향의 기량이 발전할 좋은 기회”라며 “함께 진행하는 음반 녹음은 확대 거울로 자신을 보는 듯 괴로운 느낌이라 그만큼 악단이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원시향 제공
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첫 공연에서 선택한 곡은 교향곡 3번이다. 내달 12일 교향곡 6번이 이어지고 11월27일 마지막에 이르면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시벨리우스 초기 교향곡에 해당하는 1, 2번은 북유럽의 자연에서 영향받았다. 드넓은 호수와 오로라를 앞에 둔 듯 장대하고 탁 트인 느낌이다. 후기 5∼7번은 웅장하고 방대해 시벨리우스의 특징이 진하게 배어난다. 그 사이에 있는 3, 4번은 음악적 전환점이다.

“시벨리우스가 작곡 기법에 있어서 완벽하게 칭찬받을 수 있게 시도한 작품이 3, 4번이에요. 결과론적으로 3, 4번이 제일 인기가 없고, 연주하기도 듣기도 좀 어렵죠. 너무 복잡하고 이론적으로 치우쳐 작곡됐어요. 약간 부분부분 따로 작곡해 집어넣은 느낌이에요.”

그가 연습에서 부딪힌 난관도 이 지점이다. 3번 교향곡을 문맥에 맞도록 설득력 있게 연결하는 일이 수월치 않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연주와 음반 녹음을 함께 한다. 그는 “(곡 해석에서) 공연과 음반 사이 접점을 찾는 일이 굉장히 큰 고민”이라고 전했다. 국내에서 3번 교향곡을 연주하기는 제주도립교향악단의 초연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시벨리우스는 시원하게 탁 터지는 대목이 곡마다 몇 부분 있어요. 여기에 이르면 희열이 느껴지고 감정적으로 폭발해 이전의 어려움을 보상받습니다. 선입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들으면 와닿을 거에요.”

공연에서는 시벨리우스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을 하나씩 묶어 연주한다. 후대 작곡가 대부분이 베토벤의 그늘 아래 있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짝을 지었다. 피아니스트 백혜선, 김규연, 안수정, 그루지야의 알렉산더 코르산티아, 우크라이나의 스타니슬라브 크리스텐코가 협연한다. 중견 연주자와 콩쿠르로 연주력을 인정받은 젊은 연주자를 섭외했다. 협연자 선정에는 한국 연주자의 세계 진출에 대한 그의 고민이 녹아 있다.

“요즘 우리 연주자들이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해도 바로 세계 시장에 진입하지 못해요. 어떻게 하면 이들이 시장에 조금이라도 들어갈 수 있을까요. 국제 콩쿠르를 여는 주체들과 교류가 중요해요. 매년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 퀸 엘리자베스 우승자가 초청돼요. 제가 이걸 성사시켰는데, 콩쿠르 주최 측에서 생각 이상으로 좋아해요. 이때까지 한국은 와서 상만 받아가고, 이후 연락이나 소통에 관심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우리가 콩쿠르 우승자들과 교류하면 콩쿠르 측에서도 한국인 입상자에 대해 음악회·기획사 연결 등을 아무래도 신경 쓰겠죠.”

후배에 대한 마음 씀씀이는 그가 지휘자·피아니스트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치는 교수이기에 더 각별한 듯했다. 손열음, 김선욱, 문지영 등이 그의 지도로 성장했다. 최근 부쩍 성숙해진 이들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관심 없다”며 “관심 가져야 하는 건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에 대한 마음은 많지만 얼마나 성공하고 있는지 잊으려 노력한다”며 “10년 후에도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자가 되면 그때는 조심스럽게 ‘잘 키운 것 같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창 제자들이 최고 권위의 콩쿠르에서 우승할 무렵 그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가만 있어봐, 제자를 성공시켰다는 척도가 뭐지’ 생각하게 됐어요. 콩쿠르 입상이 척도일까요. ‘과연 넌 선생님에게 뭘 배웠니’하고 제 자신에게 물었을 때 나오는 답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해답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선생님께 굉장히 기본적인 틀을 배웠어요. 선생은 학생이 훗날 개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객관적 틀을 만들어줘야 해요. 이 객관적 틀에 인간적 성장과 음악적 경험이 쌓여 발현될 때야 아티스트라 이름 붙일 수 있죠. 선생이 먼저 욕심을 내면 안 돼요. 와인을 억지로 숙성시킬 수 없듯이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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