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얼마 전 이야기를 나눴던 한 예비역 장교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최근 군에서 터져나온 방산비리와 성폭력 등 각종 사건·사고를 언급하며 “군 복무 당시 태극기를 보면 나도 모르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되고 마음가짐도 달라졌다”며 “그런 행위를 한 군인들은 부대 국기 게양대나 집무실에 걸린 태극기를 보며 양심에 거리낌이 없었을지…”라며 한심해 했다.
지난 3월 국방부도 올해 하반기부터 장병의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해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군 복무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60억여원의 사업 예산이 필요한 데다 군복에 흰색 태극기를 달면 적에게 발각될 위험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군인은 애국심이 가장 높은, 또한 가장 필요한 직종이라고 할 수 있다. 군복에 붙은 태극기를 통해 장병의 애국심과 소속감 등을 높일 수 있다면 예산이 문제일까. 작전상 우려되는 대목도 태극기를 탈착식으로 하거나 색상을 국방색 톤으로 하는 등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선영 외교안보부 |
다만 군복에 태극기를 붙이고 병영 곳곳에 태극기를 게양한다고 군인들의 애국심이 한순간에 고취될 것이라는 기대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애국심은 자발성에서 나온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때마다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태극기를 흔드는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군 당국도 군 내에 잔존하는 부정·부패와 악·폐습을 혁신하고 적과 싸워 이기는 정예강군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구성원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애국심과 소속감을 자발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군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태극기를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지난해 이스라엘을 다녀온 동료는 마치 ‘여기는 이스라엘’이라는 안내 표지판처럼 곳곳에서 국기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특별한 날에만 국기를 내거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스라엘은 국기를 걸면 낡아 해질 때까지 걸어둔다며 신기해 했다. 동료의 이야기만 듣고도 이스라엘은 국기가 국민 삶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대구에 내려간 그날 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1주년 추모 집회에서 한 시위자가 태극기를 불태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기 게양이 일상화된 나라였다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대로에서 그럴 수 있었을까.
김선영 외교안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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