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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태극기를 일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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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03 21:16:18 수정 : 2015-05-03 21: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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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대구에 위치한 육군 제2작전사령부를 잠시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사령부에 만개한 벚꽃 잎이 봄바람에 흩날렸다. 사령부 도로를 따라 들어가자 벚꽃 잎이 뜸해지면서 이번에는 곳곳에서 태극기가 휘날렸다. ‘국경일도 아닌 날, 태극기 물결은 뭐지’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사연은 이랬다. 올해 초 작전사령관이 미국을 방문했는데 찾아간 미군부대마다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었단다. 그 모습에 감명받은 사령관은 복귀 이후 사령부 예하 부대에 24시간 국기를 게양하는 ‘태극기 거리’를 조성했다고 한다. 평상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태극기를 접하다 보면 군인으로서 애국심과 사명감도 절로 들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 얼마 전 이야기를 나눴던 한 예비역 장교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최근 군에서 터져나온 방산비리와 성폭력 등 각종 사건·사고를 언급하며 “군 복무 당시 태극기를 보면 나도 모르게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되고 마음가짐도 달라졌다”며 “그런 행위를 한 군인들은 부대 국기 게양대나 집무실에 걸린 태극기를 보며 양심에 거리낌이 없었을지…”라며 한심해 했다.

지난 3월 국방부도 올해 하반기부터 장병의 군복에 태극기를 부착해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군 복무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60억여원의 사업 예산이 필요한 데다 군복에 흰색 태극기를 달면 적에게 발각될 위험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군인은 애국심이 가장 높은, 또한 가장 필요한 직종이라고 할 수 있다. 군복에 붙은 태극기를 통해 장병의 애국심과 소속감 등을 높일 수 있다면 예산이 문제일까. 작전상 우려되는 대목도 태극기를 탈착식으로 하거나 색상을 국방색 톤으로 하는 등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선영 외교안보부

다만 군복에 태극기를 붙이고 병영 곳곳에 태극기를 게양한다고 군인들의 애국심이 한순간에 고취될 것이라는 기대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애국심은 자발성에서 나온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때마다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태극기를 흔드는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군 당국도 군 내에 잔존하는 부정·부패와 악·폐습을 혁신하고 적과 싸워 이기는 정예강군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구성원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애국심과 소속감을 자발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국가의 몫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군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태극기를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지난해 이스라엘을 다녀온 동료는 마치 ‘여기는 이스라엘’이라는 안내 표지판처럼 곳곳에서 국기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특별한 날에만 국기를 내거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스라엘은 국기를 걸면 낡아 해질 때까지 걸어둔다며 신기해 했다. 동료의 이야기만 듣고도 이스라엘은 국기가 국민 삶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대구에 내려간 그날 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세월호 1주년 추모 집회에서 한 시위자가 태극기를 불태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기 게양이 일상화된 나라였다면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대로에서 그럴 수 있었을까.

김선영 외교안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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