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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백수오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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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03 21:17:46 수정 : 2015-05-03 21: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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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소동에 휘말릴 때가 있죠. 요즘 제 신세가 딱 그렇다니까요. 제가 누구냐구요? 성은 ‘백’이오, 이름은 ‘수오’라고 하지요. 한국에서 떠들썩한 바로 그 백수오입니다.

저는 억울합니다. 지금 소동은 중국에서 들어온 ‘이엽우피소’의 소행입니다.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저는 그동안 인간의 건강을 지키느라 제 육신까지 바쳤어요. 증거를 대라고요? 여러분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동의보감을 한번 보세요. 병약한 총각이 저를 먹고 병이 나아 아들딸 낳고 장수했다는 기록이 있잖아요. 예로부터 흰머리를 검게 만들 정도로 원기 회복에 뛰어나다고 칭찬이 자자했지요. 이렇게 신주단지 모시듯 해놓고 이제 와서 이럴 수는 없는 일이죠. 이건 은혜를 원수로 갚는 식이라고요.

저는 결백합니다. 이번 소동은 인간이 저지른 일입니다. 인간의 탐욕이 값싼 이엽우피소를 백수오로 둔갑시킨 것이라고요. 말하자면 인간의 욕심이 주범이고, 이엽우피소란 녀석은 종범인 셈이죠. 그러니 이 사건에 저를 개입시키진 말아주세요. 제 이름 앞에 왜 가짜를 붙이시나요. 제발 ‘가짜 백수오’라고 부르지 마세요. 가짜를 붙여야 할 곳은 정작 따로 있습니다. 탐욕을 일삼는 ‘가짜 인간’들이죠.

탐욕은 인간의 눈을 멀게 합니다. 자기를 망치고 남을 망치게 하죠. 인간은 모두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가는 존재입니다. 살아서 온갖 것을 다 누릴 것처럼 행세하지만 죽을 때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해요. 죽을 때 입는 수의에 주머니를 만들지 않는 것도 그런 까닭이 아닌가요.

인간은 누구나 죽어서 천국에 가고 싶어 하죠. 영혼이 천국에 이르면 신은 두 가지 질문을 한다고 해요. “인생에서 행복을 찾았는가?”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는가?” 당신은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있나요.

오월의 바람이 얼굴을 스칩니다. 민들레 홀씨가 봄바람을 타고 날아옵니다. 진달래가 지자 형형색색의 철쭉이 지상을 수놓고 있어요. 이 아름다운 계절에 당신이 행복하지 못할 까닭이 어디 있나요.

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억울한 심정을 하소연한다는 것이 괜한 소리로 이어지고 말았군요. 부디 탐욕을 줄이세요. 탐욕의 땅에는 행복의 파랑새가 살지 못합니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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