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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국산 우유 뜨자 살균기준 트집… 통관 늑장에 어류 폐사도

입력 : 2015-05-04 06:00:00 수정 : 2015-05-04 07: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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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보이지 않는 장벽 뭐가 있나
눈에 보이지 않는 비관세장벽이 세계자유무역의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확산 여파로 관세장벽이 차츰 낮아지자 각국이 앞다퉈 까다로운 수입 법령과 규정 등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농식품은 식량안보와 국민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에 비관세장벽이 집중되는 분야다. 비관세장벽은 자국의 제도와 법령 등의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 파악도 어렵고, 개선을 위한 해결책 찾기도 쉽지 않다. 비관세장벽 하나를 없애는 데 최소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세계 무역환경이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관세장벽은 낮아지는 반면 비관세장벽은 높아지고 있다. 농식품 분야는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각국은 앞다퉈 비관세장벽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국내 검역기관 관계자가 외국에서 수입된 종자와 묘목을 검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수십년간 방치된 장벽들


3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한국에 들어온 일본 국적의 활어차는 임시운행허가증만 있으면 국내 배달지까지 운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에서 한국 국적의 활어차는 항만 보세구역까지만 운행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1999년부터 지속적으로 개선 요청을 하고 있으나 15년 넘게 일본 측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국내 활어 수출업체들은 일본 보세구역에서 물품을 일본 활어차로 환적해야 해 상품 가치가 떨어지고, 운송비용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 활어차의 일본 내 운행이 가능해지면 ‘오사카∼도쿄’ 구간 이동 시 활어차 대당 약 200만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더구나 일본 정부는 최근 자국 배에 선적하는 한국 활어차의 액화산소탱크를 산소발생기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폭발 위험을 줄이겠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내 운행도 못 하는 활어차를 2000만원가량 비용을 들여 개조해야 돼 수출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우리가 종주국인 김치는 2012년부터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산 김치에 대해 ‘대장균군 수 100g당 30마리 이하’라는 자국 절임채소인 ‘파오차이’ 위생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06년부터 농식품별 유해물질의 잔류허용기준(MRL) 리스트를 설정하고,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유해성분에 대해서는 일률 기준치(0.01ppm)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넘을 경우 식품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추에 쓰는 농약인 디페노코나졸 성분에 대한 한국의 잔류농약 허용기준은 1ppm인데 일본에서는 기준 설정이 안 돼 있어 0.01ppm이 적용되다 보니 농약 초과 검출로 통관이 거부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이 농약의 잔류 기준 설정 등을 요청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에서는 별다른 반응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자국 산업 보호와 안전규제 강화


세계 각국이 비관세장벽을 활용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기술이 덜 발달하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자국 제품을 보호하려면 수입제품에 대해 관세를 올리는 것보다도 들여오지 않는 게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중국 수출을 원하는 외국 유제품 제조 회사의 현지 공장을 직접 방문해 평가한 뒤 기준을 통과한 업체만 수입을 허용하는 ‘해외 유업체 등록제’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한국 흰우유(살균유) 수출 업체들의 살균 기준을 문제 삼아 등록을 보류하고 수출을 막았다. 중국에서는 흰우유 살균 기준이 흰우유를 10초가량 섭씨 75도로 가열하는 방식인데,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고온인 섭씨 135도에서 1∼2초간 가열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중국은 최근 우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먹거리 안전 문제가 부각되면서 소비자들이 수입 우유를 더 선호하고 있다. 특히 품질이 좋은 한국산 유제품들이 한류 등의 영향으로 중국 내에서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자 이 같은 ‘트집’을 잡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국내에선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은 2011년부터 식품공급 안전성 보장 및 국민건강 보호의 목적으로 식품안전현대화법을 시행했다. 농산물 및 식품 등에 대한 사전예방 관리 및 통제를 강화하고, 수입식품에도 국내 생산식품과 동일한 기준을 강제하는 내용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서 한국 농식품의 통관 거부 건수가 대폭 늘어났다. 미국의 한국 농식품 통관 거부 건수는 2010년 196건에서 2011년 이 법이 시행되고 403건으로, 2012년 450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그나마 2013년엔 국내 업계의 대응력이 높아져 249건으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281건으로 증가했다.

이 법 시행으로 한국 수출 품목 중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멸치다. 우리가 ‘멸치 똥’이라 부르는 멸치 내장에서 식중독 원인균인 ‘보툴리움균’이 나올 수 있기에 이를 완벽히 제거 못해 통관이 거부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10월 미국에서 통관이 거부된 263건 중 54건인 20.5%가 멸치였다. 정부 관계자는 “농식품 비관세장벽 해소를 위해 다른 부서와의 협업을 강화해 공동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주요 비관세장벽에 대해선 다양한 협상 채널을 통해 조기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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