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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도 떨어지는 일본, 그것은 빚이 부른 위기… 빚에는 안전판 없다
위기에 싹트는 군국망령, 방비 못 하면 또 당한다
18년 전의 일이다. 그해 국가신용도는 자고 나면 떨어졌다. 적신호가 켜진 우리 경제, “또 떨어졌다”며 한숨을 토했다. 요즘 그리스가 그럴까. 나라 경제는 결국 부도났다. 그 후 외환방벽 쌓기는 경제정책의 화두다.

4월 27일, 일본에는 우울한 날이다. A+에서 A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일본의 장기 국채 신용등급을 한 단계 또 떨어뜨렸다. 일본 신용도는 우리나라보다 두 단계 낮아졌다. 이제 일본을 젖힌 걸까. 일본은 대한민국을 ‘대단한 나라’로 바라볼까. 

강호원 논설위원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4조7698억달러. 1조4495억달러인 우리보다 3.29배 많다. 1월 말 외환보유액 1조2611억달러. 3월 말 3627억달러인 우리보다 3.47배 많다. 일본 기업의 기술력은? 세계시장을 제패한 일본 산업은 허명이 아니다. 일본 기업은 스마트폰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실수를 곱씹으며 와신상담하고 있을 터다. 일본이 ‘작은 한국’을 대단한 나라로 볼 턱이 없다.

그래서일까. 흔들리는 신용등급에 일본은 꿈적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이 잠깐 출렁였을 뿐이다.

왜 그랬을까. 피치가 우습게 보인 걸까. 아니다. “신용도를 깎아 보라. 일본이 끄덕이나 하는지….” 이런 자신감이 깔려 있다. 외국 투자자도 그렇게 본다. 왜? 피치가 “줄일 생각을 않고 있다”고 성토한 일본 정부의 빚이 대부분 일본인이 보유한 엔화 표시 국채이기 때문이다. 갚을 때가 돌아오면 돈을 찍어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위험이 적다고 모두 생각한다.

일본 경제는 안전한 건가. 지금은 그렇다. 시장이 그렇게 평가하니. 앞으로도 그럴까. 매에는 장사가 없다. 빚에도 장사가 없다. 달러화를 찍는 미국도 빚 때문에 세계경찰국가의 힘을 잃어가고 있지 않은가.

일본의 국가부채는 지난해 말 1029조9205억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9254조6600억원이다. 엔고 때에는 1경3000조원에 가까웠다. 이 빚이 올 연말에는 1062조7000억엔으로 불어난다고 한다. 빚은 왜 불어날까. 이자 때문이다. 금리가 떨어져 불어나는 연간 이자가 30조엔 남짓으로 줄었지만 얼마 전만 해도 세출의 절반인 40조∼50조엔에 달했다. 빚이 빚을 부르는 구조다. 금리가 오르면 문제는 터진다. 0.1%포인트 오르면 1조엔, 1%포인트 오르면 10조엔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저금리는 일본 경제를 유지시키는 생명줄이다. 일본 가계의 순자산은 약 1300조엔, 일본 정부의 빚이 1000조엔을 돌파했으니 일본 내 국채 소화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0년, 20년 뒤에도 초저금리는 이어질까. 금리상승은 일본 경제의 무덤이다.

아베 신조 정권의 정책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화폐를 찍어내는” 통화살포 정책. 저금리와 인플레이션을 통해 임계점을 향하는 부채 위기를 진화하는 측면이 매우 강하다. 다른 하나는 극우 이념을 앞세운 국가지상주의다.

후자가 위험하다. 경제는 내부의 문제에 가깝지만 군국(軍國) 망령을 불러내는 정치·이념의 변화는 이웃 나라를 희생양으로 삼는다. 극단으로 달리는 정치·이념은 왜 전면화하고 있는 걸까. 위기와 극단주의가 톱니바퀴 같은 함수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독일 나치는 왜 생겨났던가. 1차 세계대전과 직후 몰아닥친 대공황, 독일은 1920년 이후 4년간 유례없는 하이퍼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이후 전쟁 배상금에 반 토막 난 국민총소득(GNI). 그 위기를 먹잇감 삼아 600만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의 게르만 민족주의가 탄생한 것 아닌가.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비슷하다. 일본을, 동북아의 갈등 구조를 놓고 봐도 그렇다. 역사적인 변화다.

궁금해진다. 아베 총리는 무슨 생각을 할까. 진정 침략전쟁을, 일본군위안부 범죄를, 난징대학살을 잘못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가. “뭘 잘못 했느냐”고 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위험 신호다. ‘위기의 일본’이 나치의 길, 군국주의 길을 걸을 여지가 큰 탓이다. 과거 독일 국민도 히틀러에게 박수를 보냈다.

지금의 일본은 무엇이 다를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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