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부터 공무원연금 개혁이 시작된 것은 공무원연금 적자에 대한 국민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번 연금 합의안의 재정절감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 과거 세 차례 이뤄진 개혁안에 비해 재정절감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당은 야당과 공무원 눈치를 보고 야당은 공무원에게 선심을 베푸는 데 치중한 결과다. 여야 모두 표에 관심이 있었지 한국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후세대들의 삶에 관심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권이 바뀌면 개혁을 하자는 얘기가 또 나올 판이다.
박 대통령은 4·29 재보선에 대해 “과감한 정치개혁을 이루고 공무원연금개혁 등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뤄서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뜻이 담겨져 있다”고 했다. 민심은 4·29 재보선에서 여당에 압승을 안겨주었다. 민심을 받들려면 대통령과 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합의안 처리에 동의했다. 대충 합의해서는 안 된다는 민심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더욱 과감한 개혁을 요구하지 않고 미봉하는 것은 국민을 낙담시킨다. 대통령과 여야는 무늬만 개혁인 연금개혁안을 처리한 뒤 미래세대에게 무슨 변명을 할지 걱정이다.
여야가 공무원연금 개혁마저 엉망으로 해놓은 것도 모자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의 10%포인트 인상을 끼워넣은 것은 무책임의 전형이다. 여야 합의대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려면 국민이 내는 보험료율을 1.5배나 2배로 올려야 한다. 국민연금 적립금으로 충당한다면 국민연금 고갈시기는 2060년에서 2040년으로 20년이나 앞당겨진다고 한다. 지금의 20·30 세대에겐 재앙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상식이다. 여당은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야당에 한 셈이다. 야당은 4·29 재보선에서 참패하고도 아직 정신차리지 못하고 있다. 포퓰리즘은 망국의 길이다. 여야를 향해 “제발 정신 좀 차려라!”는 분노의 함성이 봇물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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