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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키 작아진 에베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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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04 20:32:03 수정 : 2015-05-04 20: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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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 학회’라는 연구단체가 있다. 1998년 영국에서 발족한 국제적, 학제적 성격의 학회다. 그 명칭은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가설에서 나왔다. 가이아 가설은 지구가 대기, 해양, 토양과 생물권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생명체라는 관점의 가설이다. 가이아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모든 것의 어머니’ 같은 여신이다.

러브록이 지구를 생명체로 인식한 최초의 인물인 것은 아니다. 플라톤도 지구를 ‘거대 단일 생명체’로 규정했다. 문답집 ‘티마이오스’에서였다. 플라톤과 맥을 같이하는 러브록의 개념에 ‘가이아’라는 옷을 입힌 이는 러브록의 이웃사촌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윌리엄 골딩이다. 기발한 가설의 작명을 놓고 고민하던 러브록에게 지구가 정말로 생명체라면 이름이 필요하다면서 더욱 기발하게 가이아를 추천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정물(靜物)이 아니다. 위치, 높이를 잴 때마다 편차가 나타난다. 그 해발 고도는 8848m로 통한다. 인도탐사대가 1955년 삼각측량법으로 측정한 고도이자, 네팔 정부가 인정하는 고도다. 하지만 측정 기술이 꾸준히 발달하면서 적어도 학계에선 명확해진 사실이 있다. 에베레스트는 끊임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화가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정물과는 거리가 멀다.

히말라야는 유라시아판과 인도판이 충돌하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산들은 조금씩 상승 압력을 받는 경향이 있다. 구체적 수치를 놓고서는 견해가 엇갈리지만, 에베레스트의 경우 1년에 1㎝ 안팎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반대의 힘도 있다. 풍화 작용과 빙하의 융해다. 하강 압박을 가하는 힘들이다. 에베레스트는 옆으로도 움직인다. 1년에 6㎝ 안팎 움직인다는 것이 정설이다. 6㎝라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지질학적 시간으로 따지면 에베레스트는 총알처럼 질주하는 치타나 진배없다.

에베레스트의 해발 고도가 2.5㎝ 낮아졌다고 한다. 미국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연구 대학연합인 UNAVCO 과학자들이 최근 네팔 지진 이후 수집한 위성 자료를 바탕으로 내놓은 연구 결과가 이렇다. 에베레스트를 더 높이는 경향이 있는 지진이 이번에는 거꾸로 작용한 모양이다. 가이아 가설의 지구처럼, 에베레스트 또한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뭔가 억울해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다. 키 문제가 아니더라도, 네팔의 비극 앞에선 어차피 눈물을 흘리지 않을 도리도 없겠지만….

이승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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