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4일 자금추적을 통해 2012년 10∼11월 경남기업에서 수억원이 인출돼 현금으로 바뀐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기업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한장섭 전 부사장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2012년 대선 직전 성완종 전 회장 지시로 2억원가량을 만들어 성 전 회장이 거명한 김모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 돈이 당시 박근혜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측에 흘러갔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부사장이 돈 전달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한 김씨는 박 후보 선대위 부대변인으로 일했다. 그는 ‘충청포럼’ 등에서 활동하며 성 전 회장과 20년 넘게 친분을 유지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자살 직전 “2012년 대선 때 홍문종은 본부장을 맡았는데, 제가 한 2억 정도 현금으로 줘서 조직을 관리했다”고 밝힌 점을 감안해 김씨와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 전 회장 시신에서 발견된 쪽지에 등장한 홍 의원과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은 2012년 대선 당시 박 후보 선대위 본부장으로 뛴 공통점이 있다. 홍 의원은 조직총괄본부장, 유 시장은 직능총괄본부장, 서 시장은 당무조정본부장을 각각 맡았다. 쪽지에는 ‘부산시장 2억, 홍문종 2억, 유정복 3억’이라고 구체적 액수까지 적혀 있다.
검찰은 문제의 돈이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의 합당에 따른 ‘사례금’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원내대표로 활동한 선진당은 2012년 10월25일 새누리당과 합당을 선언했는데, 이때 의원 수가 적은 선진당이 새누리당 측에 합당을 사실상 ‘애원’하다시피 했다. 당시 새누리당에선 서 시장과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합당 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스트에 거론된 인사들 중 가장 먼저 ‘표적’이 된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수사는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홍 지사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에게 5일 오후 2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2011년 6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홍 지사한테 성 전 회장 돈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이날 세 번째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홍 지사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훈·정선형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