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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되 진실되게… 껍데기를 벗다

입력 : 2015-05-05 20:30:36 수정 : 2015-05-05 20: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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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욱진·김종영·곽덕준 ‘3色 전시’ 나란히 열려 심플미학을 추구하는 작가와 무의미 미학을 추구하는 작가의 전시가 동시에 ‘따로 같이’ 열리고 있다. 우리 인식의 ‘두꺼운 때’를 밀어낼 수 있게 해주는 전시다.

경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 8월16일까지 열리는 ‘심플(simple) 2015 장욱진과 김종영’전은 ‘동심의 화가’ 장욱진(1917∼1990)과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1915∼1982)의 예술세계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복잡하지 않은 단순함에서 소박함과 순수함을 끌어올린 장욱진의 유화와 김종영의 조각작품이 관람객을 반긴다. 김종영 탄생 100주전 기념 특별전도 김종영미술관(7일∼8월28일)과 서울대미술관(7일∼7월26일) 두 곳에서 열린다. 무의미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는 재일교포 작가 곽덕준(78)은 갤러리 현대에서 31일까지 초대전을 갖는다.

순수의 단순미를 엿보게 해주는 장욱진의 ‘얼굴’
장욱진이 1973년 덕소 시절 그린 작품 ‘천막’ 은 강가에 천막을 치고 휴양하는 사람들을 묘사하고 있다. 하늘에 옅은 해와 새가 있고 천막 안에는 세 사람이 앉거나 서 있다. 간결한 선으로 구성되어 일상생활을 바라보는 작가의 심플한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는 “나는 심플하다”며 체면과 권위에서 벗어나려 애썼고, 평생을 아이와 어른이 모두 좋아하는 단순한 그림을 그렸다. 김종영은 생전에 남긴 글 ‘초월과 창조를 향하여’에서 자신의 작품 뿌리가 추사였음을 밝히고 있다.

“추사 글씨의 예술성은 리듬의 미보다는 구조의 미에 있다. 내가 추사를 세잔과 비교하는 것은 그의 글씨를 대할 때마다 큐비즘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추사는 획을 해체하여 재축조하고 있다.”

심플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는 김종영의 ‘76-12’.
김종영의 작품에서 추사체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구축적 단순미가 느껴지는 이유다. 서울대미술관 전시에서는 추사체를 닮은 그의 서예작품도 볼 수 있다. 장욱진과 김종영 두 사람 모두 철저한 자기절제를 통해 순수성을 지향한 작가였다. 예술의 강렬한 열정인 심플을 목도하게 된다.

일본 미술계에서 나름의 자리를 굳히고 있는 곽덕준은 확고하게 자리 잡은 관념들의 절대성을 무너뜨리는 작업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큰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전시는 곽덕준만의 아이로니컬한 유머와 냉소를 통해 그가 외치는 무의미 속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곽덕준의 작품 ‘0 계량기와 돌’을 우선 보자. 저울 눈금은 숫자 ‘0’을 가리키고 있고, 계량기 위에는 커다란 돌이 놓여 있다. 아무런 측정의 결과도 얻을 수 없는 계량기는 우리의 눈을 의심하게 한다. 포개진 세 개의 계량기 위에 돌이 놓인 작품 ‘3개의 계량기와 돌’에선 맨 위 계량기 눈금은 제 무게를 나타내고 있지만 맨 아래 깔려 있는 계량기의 눈금은 ‘0’을 가리키고 있다. 측정(기존 인식)의 무의미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권력과 정보매체를 희화한 곽덕준의 ‘오바마와 곽’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표지모델로 등장한 타임지를 활용한 작품 ‘오바마와 곽’은 세계 제일의 권력자와 세계에서 제일 힘없는 자, 그리고 그것을 쳐다보는 나로 구성된 작품이다. 작가가 거울을 들고 타임지의 대통령 얼굴 아랫부분을 가려 뒤에서 촬영케 한 것이다. 윗면엔 오바마 얼굴이 아래엔 거울에 비친 작가 얼굴이 모자이크처럼 조합된 작품이다. 작가는 ‘세계 제일의 권력자’를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고 힘이 없는 스스로와 대비시키며 다소 무거운 주제를 희화화하고 있다. 권력자와 힘없는 자가 결국엔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됨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같은 ‘대통령 시리즈’는 1974년 포드 대통령부터 등장한다. 꾸준히 바뀌는 권력자들과 그들을 둘러싼 관계들이 새롭게 재편되듯이, 절대적인 가치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타임지로 상징되는 정보매체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무의한지도 은유하고 있다. 곽덕준의 작업은 무의미에서 진정한 유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다소 난해한 개념적인 작업이지만 우리의 인식 지평을 넓혀주는 화두 같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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