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에서 8월16일까지 열리는 ‘심플(simple) 2015 장욱진과 김종영’전은 ‘동심의 화가’ 장욱진(1917∼1990)과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 김종영(1915∼1982)의 예술세계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복잡하지 않은 단순함에서 소박함과 순수함을 끌어올린 장욱진의 유화와 김종영의 조각작품이 관람객을 반긴다. 김종영 탄생 100주전 기념 특별전도 김종영미술관(7일∼8월28일)과 서울대미술관(7일∼7월26일) 두 곳에서 열린다. 무의미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는 재일교포 작가 곽덕준(78)은 갤러리 현대에서 31일까지 초대전을 갖는다.
순수의 단순미를 엿보게 해주는 장욱진의 ‘얼굴’ |
“추사 글씨의 예술성은 리듬의 미보다는 구조의 미에 있다. 내가 추사를 세잔과 비교하는 것은 그의 글씨를 대할 때마다 큐비즘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추사는 획을 해체하여 재축조하고 있다.”
심플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는 김종영의 ‘76-12’. |
일본 미술계에서 나름의 자리를 굳히고 있는 곽덕준은 확고하게 자리 잡은 관념들의 절대성을 무너뜨리는 작업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큰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전시는 곽덕준만의 아이로니컬한 유머와 냉소를 통해 그가 외치는 무의미 속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곽덕준의 작품 ‘0 계량기와 돌’을 우선 보자. 저울 눈금은 숫자 ‘0’을 가리키고 있고, 계량기 위에는 커다란 돌이 놓여 있다. 아무런 측정의 결과도 얻을 수 없는 계량기는 우리의 눈을 의심하게 한다. 포개진 세 개의 계량기 위에 돌이 놓인 작품 ‘3개의 계량기와 돌’에선 맨 위 계량기 눈금은 제 무게를 나타내고 있지만 맨 아래 깔려 있는 계량기의 눈금은 ‘0’을 가리키고 있다. 측정(기존 인식)의 무의미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권력과 정보매체를 희화한 곽덕준의 ‘오바마와 곽’ |
이 같은 ‘대통령 시리즈’는 1974년 포드 대통령부터 등장한다. 꾸준히 바뀌는 권력자들과 그들을 둘러싼 관계들이 새롭게 재편되듯이, 절대적인 가치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타임지로 상징되는 정보매체가 가진 권력이 얼마나 무의한지도 은유하고 있다. 곽덕준의 작업은 무의미에서 진정한 유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다소 난해한 개념적인 작업이지만 우리의 인식 지평을 넓혀주는 화두 같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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