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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건축이야기] 건축사 그리고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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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05 21:40:24 수정 : 2015-05-05 21: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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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좋아 산책을 나섰다. 붉고 희고 노란 꽃이 햇살 아래 합창을 하고 나뭇잎은 보드라운 연두색으로 성큼성큼 자라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나와 근처 공원까지 20분쯤 걸었을까. “우리 여기 들어가 커피와 케이크 한 조각 먹어요.” 새로 생긴 카페를 보자 아내가 내 팔을 잡아 끌었다. 아담한 간판, 마루가 깔린 테라스, 시원한 통유리창이 아기자기한 예쁜 카페였다. 손으로 내리는 커피 맛도 좋고, 직접 굽는 파이도 맛있어 한 시간 넘게 앉아 있다가 돌아왔다. 산책한 시간보다 카페에 앉아 있던 시간이 훨씬 길어진 셈이다.

작정하고 나섰다가도 건물 안에 더 오래 머물다 돌아온 오늘처럼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건물 안에서 소비한다. 그런 만큼 우리가 머무는 공간을 만드는 건축디자인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건축은 우리가 살고, 일하고, 즐기고, 배우고, 쇼핑하는 환경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거나 그 반대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에겐 좋은 의사만큼 좋은 건축사가 필요하다.

그러면 과연 건축사는 무슨 일을 할까. 책상에 앉아 도면만 그리고 있는 건축사를 떠올린다면 대단한 오해이다. 건축사는 건물을 디자인 하기 전 건축주를 만나 건물 및 공간에 대한 요구사항을 듣고 기록한다. 대지 조건과 환경, 개발을 위한 법적 규제와 해당구역의 법규를 검토하며 교통체계와 수도 같은 공공의 사회기반시설도 함께 살펴본다. 조망권과 전반적인 시각적 영향도 연구하고, 태양의 방향이 건물의 방향 및 배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본다.

김영수 건축사
건물의 방향을 결정하거나 설계를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어떻게 건물을 경험하고, 건물 안에서 순환하고, 긴급상황이나 평상시에 건물에 어떻게 출입할지 주의 깊게 고려한다. 모든 비용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일은 물론 건축허가를 내고 감리하는 일도 건축사 몫이다. 건축이 완료된 후에도 건축주가 유지·관리를 하거나 건물을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렇다면 건축가는 무슨 일을 하는가. 사실 많은 사람이 건축사와 건축가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건축가라는 말은 직업의 이름이라기보다는 광의적인 해석으로 건축과를 졸업했거나 건축 관련업, 특히 건축설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외국에서는 Architect, Drafts man, Engineer 등으로 완연히 구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모두를 건축가로 부른다.

외국에서의 Architect는 의사나 변호사처럼 국가가 인정한 자유직업을 뜻한다. 국가에서 그 능력과 경험이 일정한 기준에 도달된 사람에게 직업 칭호와 개업을 인정해 준다는 점에서 Architect는 건축가가 아니라 건축사에 가깝다. 우리나라에서 건축 허가나 감리처럼 정부기관의 허가나 법적인 책임이 따르는 일은 자격을 갖춘 건축사만이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건축사가 건축가일 수는 있지만, 건축가로 불린다고 해서 모두 건축사인 것은 아니다.

김영수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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