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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 잘나가는 언어학자 앨리스가 언어를 잃어버리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건 분명 재앙이다. “차라리 암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족 앞에서 토로한 앨리스의 심경이다. 영화 ‘스틸 앨리스’의 주인공은 50세에 벼락처럼 맞은 불운을 가족과 겪어낸다. 그에게나, 가족에게나 쉽지 않은 시간이지만 “예전의 나로 남기 위해 애쓰는” 그의 곁에는 가족뿐이다.

사람들은 ‘관계’에서 행복을 얻는다고 한다. 피를 나눈 사이만큼 이타적이고 강한 관계가 있을까. 자기 아이의 웃는 사진을 보여주면 부모 뇌의 감정 중추가 활성화돼서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공감 능력이다. ‘부=행복’이라는 중독증을 벗어나기 위한 치료법은 무엇일까, 많은 연구가 이뤄졌다.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부모와 아이의 관계에서 답을 찾았다. 따듯하고 다정한 양육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돈, 소비보다는 사람들과의 관계, 신뢰에서 행복을 느낀다.

히말라야 산록의 작은 나라 부탄은 ‘행복의 나라’로 유명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 안팎이지만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답한다. 유럽신경제재단이 조사한 국가별 행복지수에서 1위였다. 부탄은 1972년부터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를 만들어 관리한다. 2010년 지그미 틴레이 부탄 총리가 방한했을 때, 당시 김황식 총리가“국민총행복지수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고 묻자 “가정의 행복”이라고 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제 아이들은 모처럼 학원 갈 일도, 숙제할 일도 걱정하지 않고 맘껏 놀았다. 모레에는 많은 부모의 가슴에 카네이션 꽃이 달릴 것이다. 어린이날만 어린이가 주인공이어선 안 되고, 어버이날에만 부모 노고를 감사해서도 안 될 일이다. 가족의 해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10여년 후에는 나홀로 가구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앙드레 지드는 ‘지상의 양식’에서 ‘문 닫힌 가정’을 밉다 했지만, 요즘 세태에선 부러울 따름이다 .

“저녁 때면 낯선 마을에서 낮 동안 흩어졌던 사람들이 가정으로 다시 모여드는 것을 보았다. 일하러 갔던 아버지는 피로하여 돌아오고, 어린 아이들은 학교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집의 출입문이 한순간 방긋이 열리며 빛과 따뜻함과 웃음을 맞아들이고 나서 다시 닫히면 밤이 왔다. 방랑하는 것들은 무엇이든 더 이상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황정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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