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오늘 국회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여당 지도부가 “사회적 합의를 이룬 쾌거”라고 자화자찬한 데다 정부마저 지지하고 있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개혁이 쉬운 것은 아니다. 여야가 합의를 이뤄내고 약속한 시한 내에 처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렇지만 내용도 부실하고 형식도 불량하다. 공무원연금 합의안을 되돌리기 어렵다면 국민연금 논의 기구 구성만큼은 ‘국민의 이름’으로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야당 요구대로 국민연금이 이슈가 되면 나라가 온통 산으로 갈지도 모른다. 공무원연금도 이런 식으로 개악하는 마당에 국민연금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개혁은 고통분담이다. 손해 보는 이해당사자들에게 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게 우선이다.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정부와 여당이 지도력을 충분히 발휘했는지 의문이다. 청와대는 여론을 동원해 정치권을 압박하는 데만 골몰한 인상이 짙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배울 점이 적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쟁점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야 지도부와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자주 불러 대화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청와대와 정부가 앞장서 추진했던 과제다. 박 대통령이 마치 남의 일인 양 평론가처럼 논평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눈앞의 표보다 멀리 보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개혁의 의미나 미래 세대를 보는 눈을 갖지 못하면 대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당과 청와대가 매번 이런 식이면 임기 내 개혁 성과를 내놓기 쉽지 않다. 공공·노동·금융·교육 4대 구조개혁의 성공은 더더욱 언감생심이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이번 공무원연금 개악의 전말을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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