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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에 사진에… 세상을 향해 창을 내다

입력 : 2015-05-12 21:24:34 수정 : 2015-05-12 21:2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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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5월 풍성한 전시회 전시장은 대개 창문이 없게 마련이다. 사방이 흰 벽으로 막혀 세상과 단절하고 있는 모습이다. 작가들의 작품이 그 벽에 걸려 창문역할을 하게 된다. 작가들은 창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거나 창너머로 세상을 관조하기도 한다. 특히 신록의 계절 5월엔 전시장도 풍성해진다. 작가들이 무엇으로 어떤 창을 내고 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선 평창동 토탈미술관으로 가 보자. ‘거짓말의 거짓말: 사진에 관하여’라는 주제로 오는 6월 21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사진작가의 역할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예전엔 사진은 실제의 전달 수단으로 여겼다. 하지만 지금은 실제 맥락을 재편집해 또 다른 의미 창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전달이 아니라는 점에서 ‘거짓말’이지만 사실은 ‘화이트 거짓말’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하면서 포토샵과 같은 테크닉으로 사진은 거짓말을 더 잘 할 수 있게 됐다. 실상은 사진은 태생적으로 거짓말에 능했다. 사각의 프레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피사체 사이의 거리를 어떻게 설정하냐에 따라서, 앵글에 따라 같은 상황에 대해 능청스레 거짓말을 한다. 

건축공간 모서리를 클로즈업해 단색화를 연상시키는 김도균 작품.
사진의 거짓말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번 전시에는 사실을 정확하게 기록한다고 하는 다큐사진(노순택, 박진영)에서부터 세상을 조각조각 사진으로 찍어 그것들을 실재하지 않는 하나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사진(원성원)까지 요즘의 사진 흐름을 살펴 볼 수 있는 자리다. 사진이 원래 있었던 맥락에서 떨어져나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보여주는 작업(백승우, 장보윤)과 일상의 공간을 카메라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얼마나 낯설게 다가오는지를 보여주는 사진(김도균, 정희승)도 소개되고 있다.

이 밖에 구본창, 권순관, 김진희, 김태동, 문형민, 윤병주, 정연두, 하태범, 한경은, 황규태 작가도 작품을 출품했다. (02)379-7037

추상적인 선 드로잉과 현실적인 꽃 그림이 병치된 박훈성 작품.
13일부터 27일까지 노화랑에서 개인전을 여는 박훈성(숙대 교수) 작가는 단색화 바람에 헌사 형식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바탕화면이 이우환 작가의 점, 선 시리즈나 이강소 작가의 붓터치가 연상된다. 그 위로 긴 가지를 지닌 진달래 꽃이 던져진 것처럼 자리하고 있다. 진달래 가지마저도 또 다른 선이 되는 풍경이다. 이우환과 이강소 작가가 보면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할 정도로 담백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단색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장르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추상적 배경과 현실적 꽃이 융합되면서 유쾌함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선 드로잉과 그리기의 융합이라 할 수 있다. (02)732-3558

수묵화를 도자화로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오만철 작품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20일부터 6월2일까지 열리는 오만철 도자회화전은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흙판에 그림을 그려 구워낸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조선시대 광주분요에서 궁중용으로 제작됐던 그릇의 그림은 도공이 아닌 도화서의 화원들이 그렸다. 작가는 이를 평면에 구현히고 있는 것이다. 백자 위에 청화, 철화, 진사 안료로 전통 수묵화의 기품을 재현했다. 작가는 이를 위해 중국 경덕진에서 작업을 했다. 1300도에 견디는 안료와 구웠을 때 금이 잘 안 가는 경덕진 고령산의 흙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대학원에서 도자와 도자감정학 공부까지 하며 재료 연구를 했다. 수묵의 발묵 효과까지 완벽하게 불로 구현해 도자회화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02)733-1981

꽃을 통해 삶을 축제처럼 보듬고자 하는 김금희 작품.
팔판동 한벽원 미술관에서 18∼ 27일 전시를 갖는 김금희 작가는 소녀적 감성을 늘상 부여잡고 사는 작가다. 계절의 변화에도 가슴이 쿵쾅거림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가면서 옅어지는 소녀적 감성을 어찌할 수 없어 화폭에 풀어내며 붙들고 있다.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면 일부러 찻집에 찾아가 차 한 잔을 하며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본 기분이 든다. 생을 한 순간 한 순간 우아한 축제처럼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꽃그림으로 승화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삶을 대하는 열정이 선명히 발광하는 아름다운 꽃들이 됐다. 구상과 비구상이 한 화폭에서 불꽃놀이처럼 꽃송이를 터뜨려 내고 있다. (02)732-3777

한지와 옻, 수묵을 융합해 흘러가는 물의 이미지를 그린 임효 작품.
13∼18일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오랜만에 전시를 여는 임효 작가는 이번엔 물 풍경을 들고 나왔다. 한지와 옻, 수묵을 융합해 흘러가는 계속물을 그려냈다. 물은 공가처럼 현상으로 존재한다. 비록 형상은 없지만 분명 눈으로 확인되는 물의 표현을 통해 작가는 불교에서 말하는 식(識)의 경계를 형용하고 있다. 눈과 귀, 코와 혀와 몸의 감각을 통해 전해지는 인식과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육식(六識)이 바로 그것이다. (02)736-1020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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