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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엄만 전 부치고… △△아빤 마당극… 조용하던 시골마을 한바탕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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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16 06:00:00 수정 : 2015-05-16 10: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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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의 오지 북면 십이령옛길 축제
마을 주민들 총출동 잔치 한마당
함안 강주마을선 밭에 해바라기 심어
축제기간 30만명 발길… 마을 되살려
공동체 화합·소득창출 ‘일석이조’
“지자체·기업 위주 축제 안
축제는 공동체의 정서적 통합에 도움을 준다. 축제가 상업화에 매몰되면서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기는 하다. 획일적인 프로그램, 뻔한 내용으로 축제의 목적이 왜곡되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개최하는 축제에 이런 문제점이 많아 불만을 제기하는 참가자들이 늘고 있다. 마을축제는 이런 점에서 대형 축제의 틈새이자 대안으로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주민 스스로 기획·추진하면서 참가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축제 부럽지 않은 마을축제

경북 울진군 북면 열두고개 옛길은 대표적인 오지다. 울진읍에서 서북쪽으로 10여㎞ 떨어진 북면 부구초등학교 삼당분교가 지난 2일 모처럼 사람들로 떠들썩하게 붐볐다. 주변 공터와 주차장, 길가에는 차량들로 혼잡을 이뤘다. 마을 주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운동장에 나와 전을 부치고 떡을 빚고 국을 끓이는 등 잔치 분위기를 냈다. 이날부터 이틀간 보부상이 걸어온 열두고개 옛길이란 주제로 ‘십이령 등금쟁이축제’가 열린 덕분이다.

‘제4회 십이령 등금쟁이축제’ 모습.
십이령 등금쟁이축제는 울진 바닷가와 영남 내륙을 잇는 십이령길을 무대로 활동한 바지게꾼들의 삶을 축제 모티브로 삼았다.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련하는 마을 주도형 축제이다. 올해로 4회째 열린 축제는 싱그런 봄나물과 울진 산중 마을에서 전승되는 토속 먹거리, 가족이 함께 즐기는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광객들에게 봄의 정취를 한아름 안겨줬다. 올해는 종전의 십이령바지게꾼놀이에 이야기를 버무려 주민들이 직접 마당극을 펼쳐 한바탕 웃음을 안겨줬다. 십이령 등금쟁이축제는 마을 주도형 축제의 가능성을 평가받아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축제 지원사업에 3년 연속 선정됐다.

십이령 등금쟁이축제의 바지게꾼 놀이 장면.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울진군 서면 왕피리에서 축제가 펼쳐졌다. 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한 ‘2015 왕피천 아홉구비 봄나물체험’이 열린 것이다. 오전에는 사전예약 참가자 100여명이 주민의 안내에 따라 마을 인근에서 봄나물 채취와 왕피천 용소 트레킹을 즐겼다. 점심에는 왕피천 축제장에서 300여명이 봄나물 비빔밥을 함께 나눠 먹었다. 봄나물 경매, 떡메치기 등도 펼쳐졌다. 봄나물체험은 왕피천 굴구지마을 사계절 아홉 가지 체험의 첫 사업이다. 여름에는 피라미 잡기, 가을에는 금강송 송이 채취, 겨울에는 썰매 체험으로 이어진다. 남중학 굴구지마을 이장은 “사계절 체험 상품과 농가 홈스테이, 친환경 농산물 판매, 자연생태교육 등으로 생태관광사업을 펼쳐 주민공동체의 화합과 소득 창출의 성공사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굴구지마을 봄 축제의 봄나물이 판매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마을축제


경북 울진뿐 아니라 성공한 마을축제는 전국 곳곳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마을의 해바라기 축제도 그런 사례이다. 해바라기 축제는 해마다 8월 말 이틀간 강주마을에 조성된 해바라기 단지에서 열린다. 마을 주민들이 농번기 아낙들의 수고를 위로하고 주민 화합 차원에서 마련한다. 150여명이 사는 농촌마을인 강주마을은 그동안 평범한 마을에 지나지 않았다. 더구나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주거여건마저 나빠졌다.

이때 주민들이 나섰다. 주민들이 마을을 살리고자 2012년부터 마을 주변 밭에 해바라기를 심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마을 뒤편 3만9000㎡의 밭에 해바라기 씨를 뿌려 7월엔 60여만송이가 일제히 꽃을 피웠다. 해바라기 개화 시기에 맞춰 사흘 동안 연 ‘해바라기 축제’에는 전국에서 7만여명이 찾았다. 강주마을이 일약 ‘명소’로 발돋움한 것이다.

충남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 알프스마을의 축제에도 인파가 몰린다. 이 마을 영농법인이 개최하는 얼음분수축제는 칠갑산 기슭의 자연환경을 활용해 해마다 겨울철에 개최하는 행사다. 축제는 주변 농경지와 계곡을 이용해 대형 얼음조각과 50점에 달하는 얼음분수, 체험행사, 전통 놀이로 꾸며진다. 지난 1월에 열린 올해 행사에는 하루 평균 5000명 이상이 다녀가며 행사 기간 내내 30만명이 찾았다. 주민들은 나이·성별에 맞춰 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 가지산고로쇠 축제의 수액 빨리 마시기 대회.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남은 과제


마을축제와 체험행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것은 주민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럼에도 한계는 있다. 축제마다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점은 여럿이다.

일례로 울산 가지산 고로쇠 약수제는 등산을 즐기는 중장년층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로쇠 생산자들이 축제를 열고 있지만, 이들의 주업은 고로쇠 생산이 아니다. 더구나 고령이어서 축제를 키워가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런가 하면 어떤 지역에서는 인근 지역에서 축제가 열리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많다.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스토리텔링 등의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도 안타까운 점이다. 있는 그대로만 보여주기 때문에 나타나는 안타까움이다.

오지에서 축제가 많이 펼쳐지다 보니 교통 불편은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경북의 대표적인 마을축제인 영주 무섬마을 축제 현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곧잘 이런 불만을 토로한다. 진입로가 좁고, 식당과 쉴 공간 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마을축제와 농촌관광의 잠재력은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의 관광 트렌드는 체험관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마을축제는 소규모로 계속 이어져도 좋지만, 도시민들에게 연계 관광의 기회를 제공하면 더 인기를 끌 것”이라고 밝혔다.

울진=장영태 기자, 전국종합 3678jy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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