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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미완… 남북이 한무대 서야 완성되죠”

입력 : 2015-05-17 21:14:04 수정 : 2015-05-17 21: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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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7일 무대 올리는 창작오페라 ‘주몽’ 작곡가 박영근 “이 공연은 미완이에요. 언젠가 남북한이 한 무대에서 해야 완성되죠. 올해가 광복 70주년인데 이는 분단 70년이란 뜻이기도 해요. 70년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빠른 길은 남북한 사람이 모여 같이 노래하는 겁니다. 이 오페라가 그렇게 쓰였으면 더 바랄 게 없겠어요.”

내달 6, 7일 창작오페라 ‘주몽’ 공연을 앞두고 작곡가 박영근(68)은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다. ‘주몽’은 고구려 건국신화를 바탕으로 영웅의 일대기를 다룬 오페라다. 박영근이 곡을 썼고, 2002년 국립오페라단에서 ‘고구려의 불꽃 - 동명성왕’이란 이름으로 초연했다. 이번에 새롭게 각색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다시 만난다. 두 살 때 월남한 박영근은 남북 공통의 역사를 다룬 ‘주몽’을 마주하고 남다른 소회를 토로했다.

국립오페라단이 창작오페라 ‘주몽’을 대폭 손질해 13년 만에 다시 공연한다. 이 작품을 쓴 작곡가 박영근은 “중세시대 이후부터 현대음악까지 각각 다른 성격의 기법들이 ‘주몽’에서 어울리고 녹아서 하나가 되느냐가 작곡가로서 고민이었다”고 밝혔다.
김범준 기자
“실향민이 가진 정서가 있어요. ‘주몽’은 만주 벌판이라는, 우리 민족이 영토 면에서 제일 융성했던 시대의 얘기예요. 2000년 분단된 한반도 남쪽에 사는 실향민에게 이 대본이 넘어왔을 때 가슴이 뛰었어요.”

당시 한양대 음악대학 교수였던 그는 방학 때마다 경기도 가평 두밀리 산촌에 틀어박혀 이 작품을 썼다. 하루에 버스가 세 번 다니는 곳이었다. “대본을 들고 혼자 흥얼흥얼하며 산속을 한두 시간 걷다가 책상에 앉아 쓰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는 작품에 대해 “초연을 본 사람들 대부분이 기존 창작 오페라에서 볼 수 없던 관현악적 효과와 특징이 이 곡에 잘 드러났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창작곡 발표회에 가보면 관중이 없어요. 들어봐야 무슨 소리인지 모르기 때문이죠. 작곡가들은 ‘내 작품은 이 시대와는 소통이 안 되지만 50년, 100년 후에는 가능할 것’이라며 스스로 위로해요. 전 생각이 달라요. 같이 생활하는 연주자, 관객과 소통해야죠. 이 오페라를 들어보면 뭔가 새로운데 엉뚱하거나 낯설지 않다고 느낄 거예요.”

창작오페라 ‘주몽’의 테너 우주호, 소프라노 박현주.
오페라는 5분간 서곡으로 시작한다. 박영근은 “관객이 서곡을 듣는 동안 예술의전당에 앉아있음을 싹 잊고, 태곳적 낯선 곳으로 빨려들도록 하려 했다”며 “서곡이 기원전으로 인도하는 타임머신이 된다면 그다음 곡부터는 안 들어도 성공”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대까지 사람들이 즐겨온 모든 음악적 재료들을 활용했다”는 그는 “작곡가는 음표로 얘기해야지, 형용사로 자기 작품을 설명하면 안 어울린다”며 관객이 직접 와서 들어볼 것을 당부했다.

이번 공연에서 주몽은 바리톤 우주호, 황후 예씨는 소프라노 박현주, 연소서노는 메조소프라노 양송미가 맡는다. 연출과 무대는 대폭 현대적으로 바뀐다. 음악은 유리왕과 연소서노의 아리아를 새로 추가한 것 외에는 자잘하게 다듬는 선에서 그쳤다. 국내에서 올려지는 오페라의 대부분이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작품인 상황에서 ‘주몽’은 우리 이야기로 만든 창작오페라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박영근은 “실내악은 소규모라 가능하지만 창작 오페라나 교향악, 대규모 칸타타는 작곡가 스스로 창작을 진행하기 힘들다”며 “큰 프로젝트는 정부 지원이 있거나 교향악단·오페라단에서 위촉해서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창작을 해야 한다는 당위만 있지 이를 계속 끌고 나갈 의지가 없었어요. 창작곡 대부분이 초연 뒤 사장됐죠. 처음 들어서 좋은지 판단하기 쉽지 않아요. 지속적으로 공연·수정하면서 좋은 작품이 살아남아야 해요. 이제 서서히 재연에도 관심 갖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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