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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짜이 한 잔] 어느새 친해진 사람들…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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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1 18:49:53 수정 : 2015-05-21 18: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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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바라나시에서 일상을 즐기다
인도 아이들은 예쁘고, 해맑게 웃는다.
인도는 종교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만 여행하기가 수월하다. 수많은 신이 존재하고,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 종교의 절정이 바로 바라나시다. 

이 도시에는 힌두교뿐 아니라 이슬람교도 같이 섞여 살아가고 있다. 불교 성지가 근처에 있어서 불자들도 많이 찾는다. 바라나시에서 오토바이를 개조한 오토릭샤를 타고 한 시간이면 가는 거리에 ‘사르나트(Sarnath)’가 있다. 불교 4대 성지로 꼽히는 곳으로 석가모니가 처음 설법을 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슬람인도 종종 보인다.

바라나시에서 오래 머물다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하루에 갔다 올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렇게 선택한 곳이 사르나트다. 오토릭샤꾼끼리 경쟁하도록 부추기면 사르나트에 정상적인 가격으로 갈 수 있다. 똑같은 릭샤를 타는데, 서양인이 내는 요금과 동양인이 내는 요금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인도인들이 천차만별로 부르는 가격 세계를 알 수 있다. 
사르나트

한 시간 남짓 걸려서 도착하면 관광버스가 줄을 서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볼 수 있다. 그래도 장소가 워낙 넓어서 사람이 붐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보리수나무였다.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가 다섯 명을 모아놓고 설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보리수나무가 거대하게 클 것으로 생각했던 기대가 잘못 됐었나 보다. 설법했던 모습을 만들어 놓은 조각상이 더 컸다.

다음으로 발걸음을 옮긴 곳은 한국 절이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가끔 절에서 스님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들르기로 한 것이다. 자전거 릭샤에게 한국 절을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인도인 특유의 긍정 말투로 타라고 한다. 그 긍정적 말투에 의심이 가는 것은 릭샤가 심하게 외진 곳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내려준 곳도 이상한 문 앞이었다. 문을 두드리고 사람을 불렀더니 인도인이 나왔다. 한국 절이 맞으니 들어오라고 했다. 한국 스님을 기다리면서 절을 구경했다. 친숙한 한국인 모습을 한 스님이 나와서 차를 대접해주셨다. 스님이 바쁘셔서 많은 이야기는 못 했지만, 그래도 외국에서 만난 한국 절은 반가웠다. 
인도음식은 다양하고 맛있지만, 향신료가 강하다.

사르나트를 한나절 갔다가 다시 바라나시로 왔다. 바라나시에서는 무엇을 하는 게 중요하기보다는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뜻밖에도 먹을거리가 다양하고 맛까지 있기 때문이다. 

인도음식은 당연히 다양하고, 그 외 다른 나라 음식도 존재한다. 일본 음식점, 파스타집, 이슬람 음식, 피자집 등 먹을거리가 많다. 그 이유는 바라나시가 좋아서 머물게 된 여행객 덕분이다. 

일본 여자는 인도 남자와 결혼을 해서 우동, 김밥을 파는 일본 음식점을 차렸다. 독일인이 운영하는 파스타집에서는 훌륭한 카르보나라를 맛볼 수 있다. 치즈케이크가 맛있는 집은 한 여행객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단, 모든 음식점은 배고프기 한 시간 전에는 미리 가서 주문을 해야 한다. 다 만들어진 탈리를 먹거나, 완제품으로 나온 빵이나 튀김류가 아니라면 기다리는 시간이 기본 한 시간이다. 어쩌면 그렇게 오래 기다려서 먹었기에 더 맛있을 수도 있다. 
탈리는 한 접시에 나오는 기본 식사다.

그래도 제일 맛있는 건 인도음식이다. 그중에서도 인도 친구에게 초대를 받아서 먹었던 집밥이 가장 맛있었다. 기본 탈리를 주는데, 하나하나 다 최고였다. 인도 집밥을 먹으려면 손으로 먹어야 하는 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모든 식당에서는 외국인에게 수저와 포크를 주지만, 집에서는 그런 도구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주지 않았다. 

손으로 먹는 건 생각보다 쉽다. 물론 인도인처럼 잘 먹을 수는 없지만, 그럭저럭 흉내를 내면서는 먹을 수 있었다. 집에서는 쌀밥보다는 난을 주기 때문에 난을 이용해서 먹으면 수월하다. 
길거리 음식들은 다 맛있다.

인도음식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과일주스다. 길거리에서 손수레에 과일을 실어 놓고, 주문하면 오래된 기구에 넣고 과일즙을 내서 준다. 쓰던 컵을 걸레 같은 천으로 싹싹 닦아서 거기에 과일즙을 담아서 주는데 그것을 보면 먹기 거북할 수도 있겠지만, 과일주스가 맛있어서 매일 한 잔씩은 마셨다. 항상 주문하는 건 역시 석류주스다. 
땅바닥에 놓고 파는 채소는 맛있고 싸다.

인도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닭볶음탕까지도 판다. 얼추 비슷하게 만들어낸다. 한국 여행객이 워낙 많아서 인도 식당주인이랑 친해지면, 한국음식을 알려 달라고 한다. 김치 정도는 기본이다. 제일 신기한 게 김치찌개까지도 메뉴에 있다는 사실이다. 
튀김음식인 사모사는 간식거리로 많이 먹는다.

길거리에서 파는 튀김인 사모사는 간식으로 먹기에 좋다. 도사라는 음식은 인도식 크레페다. 이런 음식들은 맛집이 따로 있다. 맛있는 음식만 먹으러 다녀도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바라나시에서 또 다른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면, 극장에 가서 정통 인도영화를 봐야 한다. 인도영화도 재밌지만, 더 재밌는 것은 극장 안에서 일어나는 모습이다. 영화에서 사랑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휘파람을 불기도 한다. 인도 극장에서는 영화는 조용히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것이다. 영화는 보통 3시간이 넘기 때문에 중간에 휴식시간이 있다.

인도영화에서는 반 정도는 영어가 섞여 있어서 힌디어를 못 알아들어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언어를 못 알아들어도 음악과 군무가 뜬금없이 나오기 때문에 같이 즐길 수 있다. 여행이지만, 그 나라 극장에 가보는 일은 재밌다. 예전 여행 때, 이란에서도 극장엘 간 적이 있었다. 이란의 서정적인 영화만 알고 있었는데, 극장에서 상영했던 건 페르시아어로 된 코믹영화였다. 그에 비하면 인도영화는 알아들을 수도 있고, 재밌는 요소가 많아서 극장에 가는 일은 한국에서 극장을 가듯, 가끔씩 하는 일이 되었다. 
길거리에서 인도 친구를 만나면 짜이 한 잔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한다.

바라나시 골목을 자꾸 지나다니다 보니 아는 사람도 제법 늘어갔다. 인도 친구를 만나면 짜이 한 잔은 마셔야 한다. 어느새 하루에 마시는 짜이 잔 수가 늘어갔다. 점점 바라나시에 빠져들고 있다는 증거였다. 
작은 가게에 앉아서 반갑게 인사를 해주는 친구들.

다음 어디를 갈지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고 한 달이 훌쩍 넘어버렸다. 사실 이곳에서 몇 달을 더 보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렀다.

여행작가 grimi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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