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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문가멸의(聞可滅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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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2 21:02:01 수정 : 2015-05-22 21:3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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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이웃을 위한 삶, 곧 이타행(利他行)을 강조한다. 자비 실천이다. ‘무차대회’(無遮大會)는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불이(不二)사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법회이다. 승려나 속인, 빈부·노소·귀천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법구경’ 술천품(述千品)에는 고대 인도의 예가 나온다. 석가가 슈라바스티에 머물 때 장자(長者) 람달이 무차대회를 열고 5000명의 바라문을 공양했다. 그는 5년 동안 옷과 약, 진기한 보물과 제사 기구를 공급하고 마지막 날에는 무려 8만4000가지의 물건을 보시했다. 이에 석가모니는 탄식하며 보시의 종류를 첫째, 보시는 많은데 그 복의 갚음이 적은 것, 둘째, 보시는 적은데 그 복의 갚음이 많은 것, 셋째, 보시도 많고 복의 갚음도 많은 것, 넷째, 보시도 적고 복의 갚음도 적은 것의 4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그러면서 “쓸모없는 천 마디 말보다 듣고 나면 마음이 고요해지는 유익한 말 한마디가 낫다(雖誦千言 句義不正 不如一要 聞可滅意).”고 가르쳤다.

그렇다. 감로수 같은 귀한 말 한마디는 많은 물질과 다언(多言)보다 사람에게 안심입명을 준다. 물론 걸림과 차별 없는 대자유행이요 평등사상이다. ‘화엄경’은 “마음과 행동이 같지 않고 구하는 바가 저마다 다르더라도 평등하게 베풀어 모두 만족하게 한다”고 무차대시회(無遮大施會)를 언급했다. 조계종이 광복 70주년의 불탄절을 앞둔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남북통일과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를 개최한 바도 궤를 같이한다.

불가에서는 이렇게 깨우침을 준다. “경을 읽는다고 다 선해지는 게 아니요(看經未爲善), 복을 짓는다고 원하는 대로 되어지는 게 아니니(作福未爲願), 상대에게 방편을 행함만 못하느니라(與人行方便).” 이웃에게 선을 행해 성불(成佛)하도록 돕는 게 복을 짓는 것이라는 뜻이다. 사람 가리지 말고! 부처님오신날을 이틀 앞두고 연등이 시방세계를 훤히 비추고 있다. 석가세존이 빙그레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를 띠신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聞可滅意 : ‘듣고 나면 마음이 고요해지는 유익한 말 한마디’라는 뜻.

聞 들을 문, 可 옳을 가, 滅 꺼질 멸, 意 뜻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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