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특파원리포트] 지구촌에 부는 중도 우파 바람

관련이슈 특파원 리포트

입력 : 2015-05-24 20:45:04 수정 : 2015-05-24 23:27:3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글로벌 경제위기 후 성장보다 복지 외친 진보정당 불신 확산
민심 껴안고 싶다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이 슬로건서 답 찾길
민심은 흔히 진자에 비유된다. 진자와 민심은 한쪽 끝을 치면 그 다음에는 반대편을 향해 떠난다. 특이한 현상은 최근 세계 각국의 주요 선거에서 약속이나 한 듯이 민심이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이 우연한 일치인지, 아니면 시대의 흐름인지 국제 정치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우방국에 중도 우파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최근 총선에서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보수당의 집권 2기 시대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스라엘 총선에서도 보수 강경파를 대변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승리를 거뒀다. 캐나다의 보수당인 스티븐 하퍼 총리 정부, 호주 자유당의 토니 애벗 총리 정부, 뉴질랜드 국민당의 존 키 총리 정부가 모두 보수당 정권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가 진보 정권이지만 보수당인 공화당이 지난해 말 총선에서 하원에 이어 상원의 다수당을 독차지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보수당 전성 시대를 연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집권당은 중도 우파이면서도 과감한 개혁으로 민심을 등에 업었다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스피치 라이터였던 데이비드 프럼은 분석했다. 이 4개국의 보수당 정권은 건강보험 혜택 범위 확대 등 진보 정당의 정책을 실용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낙태에 관한 여성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동성 연애자 등 성적 소수자 권리 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호주는 곧 동성 결혼의 합법화에 관한 의회 전체 표결을 할 예정이다. 캐나다 보수당 정부는 소수 인종의 권익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2011년 선거에서 비백인 인종 중 두 번째로 많은 중국계 이민자 투표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지구촌에 ‘중도 우파 시대’가 개막됐다고 진단했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금융 불안, 빈부 격차 확대 등으로 복지를 내세운 진보 정당이 득세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정치 무대에서 소득 재분배에 초점을 맞춘 진보 진영의 정치 이념이 잘 먹히지 않고 있다고 브룩스는 지적했다. 그 이유는 유권자의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 열기가 더 뜨겁기 때문이 아니라 진보 정권에 대한 불신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게 브룩스의 주장이다.

세계는 아직 2008년 말 시작된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가 부채를 줄이고,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취하기를 바라게 된다. 작은 정부와 자유 시장 경제는 보수 정당의 핵심 이념이다. 경제 학자인 마르쿠스 브뤼크너 등이 2010년에 16개 산업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파 또는 민족주의 정당의 지지율이 1%포인트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이런 글로벌 중도 우파 바람의 무풍 지대가 결코 아니다. 지난 4·29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0대 4로 참패했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숱한 실정에도 40%대의 지지율로 굳건히 버티고 있다. 이는 아마도 브룩스의 지적처럼 한국 유권자가 새누리당을 더 좋아해서가 아니라 새정치연합을 더 믿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는 생물이고, 민심은 진자처럼 움직인다. 새누리당이 지금처럼 끝없이 죽을 쑤어도 민심이 떠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또 새정치연합이 기사회생의 전기를 잡을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영국, 캐나다 등의 보수 정당처럼 과감한 개혁에 성공할지와 새정치연합이 낡은 파벌 싸움에서 벗어나 진정한 경제 정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느냐에 따라 민심이 움직일 것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침체기를 겪고 있는 각국의 진보 정당은 영국에서 중도 좌파 시대를 이끌었던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전 총리 정부 노선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당시 블레어는 친기업, 친시장 경제 노선으로 경제 살리기에 올인했다. 미국에서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슬로건에 각국 정당이 찾아야 할 답이 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