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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마 싯다르타. 석가모니의 이름이다. 석가는 종족명이며, 모니는 성자라는 뜻이니 곧 부처님이다. 2500년이 넘도록 그의 깨달음은 동양사회를 떠받친 기둥이었다. 자비(慈悲), 그가 설파한 사상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왜 자비를 생각한 걸까.

싯다르타는 태어난 지 이레 만에 어머니를 잃었다. 마야 부인은 산고로 숨졌다. 어린 싯다르타를 키운 사람은 이모다. 최초로 여승이 된 마하프라자파티가 이모로, 그의 아들 난다도 석가모니를 쫓아 승려가 됐다. 소년 싯다르타는 생각이 많았다. 어느 날 밭 가는 광경을 봤다고 한다. 가래로 흙을 헤치니 벌레가 꿈틀거리고, 그 벌레를 새가 쪼아 먹었다. 서로 잡아먹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충격을 받았다. 그는 명상에 들어갔다. “고해(苦海), 세상 모든 것은 괴로움이다.” 이 화두를 잡고 그는 구도의 길을 나선다. 그 생각은 살생을 금하는 자이나교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한다.

싯다르타가 내린 결론은 무엇이었을까. 고해를 건너는 배, 그것은 곧 자비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비는 존재론, 인식론과 연결되어 있다. 이후 수많은 구도자는 그의 깨달음을 좇아 본질을 찾는 수행길에 나섰다.

자비는 이타(利他)의 마음이다. 그것이 왜 고해를 건너는 배인가. 티베트 불교의 성자 달라이 라마의 말에서 일단을 엿보게 된다. “공이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차 있는 것이며, 만물은 서로 연결되어 의존한다.” ‘인드라의 그물’. 우주는 수많은 가닥의 실로 짜인 거대한 그물이며, 그물눈마다 다이아몬드가 매달려 있다고 한다. 하나의 다이아몬드가 빛을 발하면 모든 다이아몬드가 그 빛을 반사하는 세계. 인드라 그물에서는 너와 나는 나눌 수 없는 존재다. 달라이 라마는 말했다. “그러니 용서하라. 그러면 행복해진다.” 너를 생각하는 마음. 고해를 건너는 지혜가 우러난다. 인도 고승 나가르주나의 ‘상호의존’을 천금으로 여기는 그의 명상은 책 ‘용서’에 나온다. 수많은 고승이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을 터다. 말이 아닌, 사념이 아닌 행동과 실천으로.

남수단에서 어려운 이를 도운 이태석 신부, 노숙인의 손을 잡아 주는 야고보 수녀…. 그들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이기(利己)가 불타오른다. 공무원연금, 국민연금을 두고 제 주머니 챙기기에 바쁘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인가. 소년 싯다르타가 본 ‘서로 잡아먹는 세상’. 몇 명의 싯다르타가 더 나와야 세상은 달라질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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