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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돌아오지 않는 딸… 눈물로 기다립니다"

입력 : 2015-05-24 19:20:29 수정 : 2015-05-25 09: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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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세계 실종아동의 날··· 애끊는 가족들
“매일 수면제를 먹고 잠을 청하다가 위를 다 버렸어요. 이제는 밤마다 소주 1병을 마셔야 잠을 잘 수 있으니 이건 사는 게 아니죠.”

정원식(64)씨는 24년째 잃어버린 딸을 찾아다니고 있다. 정씨의 딸 유리(실종 당시 11살)양은 1991년 8월5일 오후 8시쯤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라성빌라 앞에서 유괴됐다.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유리양을 차에 태웠다. 이 광경을 지켜본 친척 동생들이 황급히 정씨에게 알렸지만, 정씨가 뛰쳐나갔을 때 차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만난 정원식씨가 24년 전 잃어버린 딸 유리양(당시 만 11살)의 전단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박세준 기자
정씨는 유리양을 찾아 전국을 떠돌았다. 지하철 앵벌이 뉴스가 나오면 청량리역과 남영역에서 밤을 지새웠고, 미성년자 인신매매단 소식이 들리면 미아리나 천호동 등지의 사창가를 이 잡듯이 뒤졌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씨도 희생자 유족 못지않게 많이 울었다. 정씨는 “꽃 같은 아이들이 한꺼번에 떠났으니 온 동네가 초상집 분위기였다”면서 “집에서 멀지 않은 단원고 학생들의 어이없는 죽음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25일은 세계 실종아동의 날이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실종아동 접수 건수는 2011년 2만8099명에서 지난해 2만1591명으로 3년 동안 23% 감소했다. 실종아동의 발견율은 99%를 넘겼다.

2012년 사전지문등록제를 도입하고 지난해부터 다중이용시설 내 실종신고 접수 시 자체 수색과 경찰 신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코드아담제를 시행하는 등 실종아동 예방과 조기 대처 관련 규정을 강화한 결과다. 정부는 2005년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유리양의 사례처럼 실종 가족을 찾지 못한 사람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충남 당진에 사는 윤복순(66·여)씨는 1982년 아들 영훈(실종 당시 9살)군과 딸 영숙(〃 6살)양을 한꺼번에 잃어버렸다. 당시 경제적 형편이 좋지 않았던 윤씨는 남편 김원제(73)씨와 함께 서울로 돈을 벌러 가면서 아이들을 충남 아산의 시댁에 맡겼는데 어느 날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 윤씨는 “지금은 미리 지문을 찍어 놓는다는데 우리 아이를 잃어버릴 당시에는 주변에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실종 당시 경찰의 수사기록과 영훈이의 초등학교 학생부 자료도 볼 수가 없었다”고 눈물을 훔쳤다.

김용식 실종아동전문기관 예방홍보팀장은 “실종 미제사건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일상의 공동 노력이 중요하다”며 “부모는 사전에 가까운 경찰서에서 아동의 지문이나 DNA 정보를 등록하고, 주변에서 길을 잃은 아이를 발견하면 즉시 112나 182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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