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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지갑 키우는 게 복지…오바마 텐텐법 탄력

입력 : 2015-05-25 14:18:19 수정 : 2015-05-25 14: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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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는 최저임금 인상중
SNS 거인 페이스북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비정규직과 계약업체 직원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약 1만6400원)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연방 최저임금(7.25달러)의 2배로, 지난해 6월 시애틀시가 2021년까지 인상키로 결정한 최저임금과 같은 액수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밝힌 이유는 이랬다. “충분한 복지혜택을 주는 것이 일하는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준다는 점을 연구 결과가 보여 주고 있다.”

2013년 말부터 미국 내 ‘뜨거운 감자’였던 최저임금 문제가 실리콘밸리에까지 확산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10.10달러로 올리겠다는 이른바 ‘텐텐법’을 제안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신년연설에서 다시 한 번 이 문제를 꺼내 들었다. “1년에 1만4500달러(연방 최저임금 연봉 환산 액수)보다 적게 받고 풀타임으로 일하면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살아보십시오. 못하겠다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수백만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도록 투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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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후 동결 중인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은 지난해 연방 의회에서 공화당 반대에 가로막혔다. 그러나 각 주와 시 단위에서는 주민투표 등을 통해 자체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지난해 시애틀이 분위기를 이끌었고, 샌프란시스코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최저임금 15달러는 중소규모 도시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도 빗나갔다. 미국 제2의 도시인 로스앤젤레스 시의회가 시간당 9달러인 현행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5달러로 인상하는 안을 지난 19일 가결한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2019년까지 16달러로 올리겠다는 시(에머리빌)까지 나타났다. 지난 1월 여론조사기관 ‘피터 D. 하트 리서치 어소시에이츠’가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2.50달러로 올리는 방안에 응답자 75%가 찬성했다. 공화당 지지자의 찬성률도 53%나 됐다. 최저임금 인상 요구 여론은 이제 대세다.

뉴욕의 네일숍 종업원 노동조건 논란이 확산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연방 수준이던 뉴욕주의 최저임금은 지난해 8달러, 올해 8.75달러로 올랐고 올 연말 9달러로 다시 오를 예정이다.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뉴욕시 11.50달러, 기타 지역 10.50달러로 추가 인상하는 방안까지 제시해 둔 터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을 통해 “오늘날 많은 미국인들은 자녀들이 자기보다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는 소득격차를 줄이려면 고소득층 소득에 손을 대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믿는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주장했다.

기업들도 이에 호응하고 있다. 코스트코, 갭, 스타벅스 등에 이어 월마트가 지난 4월 최저임금을 9달러로 올린 뒤 내년쯤 10달러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내에만 130만명의 직원이 있는 ‘유통 공룡’의 결정이 갖는 상징성은 컸다. NYT는 “미국 경제 회복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고 했다. 이후 TJ맥스, TJX 등이 최저임금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시애틀의 신용카드 결제회사인 그래비티페이먼츠는 심지어 전 직원의 연 최저임금을 2017년까지 7만달러(약 7600만원)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열기 속에 민주당은 연방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2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NYT는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인상폭도 적고 인상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노동자들은 이미 ‘시급 15달러’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월15일에는 애틀랜타, 보스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200여 도시에서 6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 시위인 ‘15달러를 위한 싸움’ 집회가 열렸다. 여기에는 2012년 뉴욕에서 이 운동을 처음 벌였던 패스트푸드 종업원뿐 아니라 가사·육아 도우미, 공항 노동자, 시간강사 등 저임금 노동자들이 동참했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의 연례 주주총회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20일에는 미국 시카고 본사 앞에서 약 50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최저임금 15달러 쟁취를 위한 시위를 벌였다. CNN방송은 “2016년 대선에서 최저임금 논쟁은 12달러가 아닌 15달러에서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나라도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다. 독일은 올해부터 최저임금제(시간당 8.5유로·약 1만500원)를 시행 중이며, 영국도 현행 6.50파운드인 최저임금을 오는 10월부터 6.70파운드(약 1만1150원)로 3% 인상키로 했다. 현재 5580원인 한국의 내년도 최저임금은 오는 6월 말까지 최저임금위원회 논의를 통해 결정된다.

 “소득이 늘어야 소비… 경제 살아”vs “기업 부담 커 일자리·투자 감소”


최저임금은 보편적이지만 논쟁적인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분의 3가량이 최저 임금제를 적용 중이다. 이 제도를 지탱하는 주요 논리는 ‘소득(임금) 주도 성장론’이다. 고소득층은 이미 충분한 소비를 하고 있어 추가 소득이 있어도 소비를 크게 늘리지 않는다. 반면 돈 쓸 데가 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 인상은 소비지출 증가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기업도 상품 생산을 늘리면서 경제가 좋아지고 결과적으로 신규 투자와 일자리도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임금 인상 압박에 직면한 기업과 소매점주가 고용과 투자를 줄인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된 반박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22일(현지시간) 언론 기고문에서 “모든 직종이 시간당 최소 15달러를 받기를 희망할 수는 있지만, 그 수준의 최저임금은 고용을 현저하게 감소시킬 것이 확실하다”며 “그럴 경우 기초적 기술만 가진 많은 노동자가 곤경에 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미 의회예산처도 최저임금이 10.10달러로 인상될 경우 미국 내 일자리 5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뉴욕에서 빙과점을 운영 중인 제인 맥귄은 “지금 고등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을 쓰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오르면 다 내보내고 가게 운영관리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고용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종업원들에게도 상처를 준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연구소(AEI)의 아파나 머서는 경제지 포브스에 게재된 칼럼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위험한 전략”이라며 “근로소득세액공제제도(EITC)를 확대하는 편이 위험부담이 적다”고 주장했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노동자의 임금을 정부가 보조해주는 이 제도 덕에 330만명의 아이를 포함한 650만명이 빈곤선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2007년과 2009년 사이 최저임금이 올랐을 때 미숙련 노동자 일자리가 실제로 감소했다”며 “만약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되면 EITC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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