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기홍칼럼] 황 총리후보? 4대개혁은요?

관련이슈 김기홍 칼럼

입력 : 2015-05-25 21:56:51 수정 : 2015-05-25 22:01:3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총리후보 장고 끝에 야당 질색하는 황교안 장관발탁
경제 재도약 4대개혁 포기하겠단 뜻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한결같다. 흥행 요소가 부족하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건조하다. 감동이나 감흥을 가질 만한 스토리가 별로 없다. 정통 스펙을 갖춘 ‘기술자’들이 많다. 관료와 법조인, 학자 출신이 그들이다. 그들에게선 살아온 이력 이상의 뭔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도 딱 그런 유형이다.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미스터 법질서’류의 이미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춰 내각을 이끌어갈 능력은 있어 보이는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에게 믿음을 주는 친화력 있는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청와대가 총리감 물색하느라 고생 좀 했던 모양이다. 100명도 넘게 인사검증을 했는데 하나같이 이런저런 허물 때문에 기준 미달이더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청문회 문턱을 넘을 만한 깨끗한 인사를 찾지 못했다는 것인데, 지어낸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은 법원 쪽에서도 들어봤다. 대법관 추천 때마다 소수자·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고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판결에 담아내기 위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목소리가 높지만 막상 법원 밖에서 대법관감을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외부 추천을 받으면 본인들이 개인정보 조회를 거부하고, 추천 인물을 검증해보면 결격 사유가 나오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 지도층의 수준을 짐작케 하는 뒷담화이지만 설령 이런 얘기들이 팩트라 하더라도 “사람이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어쨌든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재상 자리가 수건돌리기 하듯 주인을 찾지 못하고 돌고 돌다 황교안 장관에게까지 온 셈인데, 아무리 그래도 ‘황교안 총리 후보’는 의외다. 이완구 전 총리가 물러난 뒤 20일 넘게 후임자를 고른다기에 장고 끝 묘수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없지 않았는데 ‘인선 진통’을 겪고 나온 작품치고는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황교안 카드가 최선의 선택이 아님은 한눈에 봐도 알겠다. 황 후보자가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아 새 한국을 만들고 정치개혁을 이룰 적임자”라는 청와대 쪽 설명은 수십년째 듣고 있는 뻔한 멘트다. 분초를 다퉈 추진해야 할 국정개혁 과제들이 잔뜩 널려 있는 마당에 하필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을 새 총리의 임무로 삼은 것도 어색하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사퇴 공갈’ 발언으로 난리가 벌어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장에서 유승희 최고위원이 느닷없이 ‘봄날은 간다’를 부르는 장면만큼이나 생경하다. “고질적인 적폐와 비리를 낱낱이 조사하고 그 모든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여 엄벌하겠다”던 이 전 총리의 뜬금없는 대국민담화를 다시 보고 있는 것 같다.

김기홍 논설위원
경제 재도약을 위해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던 공공·노동·금융·교육 4대 구조개혁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대통령이 생각만 하면 한숨이 나온다는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에서 보듯이 개혁이라는 게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고 국민의 지지를 구하고 정치권의 지원을 이끌어 내야 성공할 수 있다. 특히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구조개혁이 박근혜정부 숙원 사업이라면 이쯤에서 야당 눈치를 보는 시늉이라도 하는 ‘일보후퇴 이보전진’의 전략도 필요하다. 야당이 자다가 이름만 들어도 벌떡 일어날 인사를 보란듯이 앞세운 것은 제 발등을 찍는 일이 될 수 있다.

또다시 전쟁 같은 청문회를 치르고 나면 여야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국론은 여러 갈래로 갈라질 것이다. 황 후보자가 청문회 문턱을 용케 넘는다 해도 상처투성이로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이루고 ’비정상의 정상화’ 등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 여당과 야당이 사사건건 각을 세우고 대립하며 골든타임을 허송하게 된다면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박 대통령은 어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경제 재도약과 국가 혁신’ 완수를 재차 다짐했는데 ‘어떻게?’라는 물음이 입에서 맴맴 돌고 있다.

김기홍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